면도기 - 윤영환

by 風文 posted Apr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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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기

 

/ 윤영환

 

 

 

 

왼손에 면도기를 들고

오른손으로 비누칠한다

사각사각 깎여 나가는 것이

나뭇잎에 가려진 암자를 찾은

행자의 시작처럼

새롭다

 

지은 죄들의 종착지가 수염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다시 자라나는 수염이라 싫다

늘 비집고 기어 나오는 수염은

면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보다

어디서 저런 용기가 나올까?

 

의미 없이

느낌 없이

늘 비집고 기어 나오는 나의 죄는

 

 

 

 

면도기로도 깎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