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

by 風文 posted Sep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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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 - 윤영환

나는 늘 덜 익은 과일
먹지도 못하는 씁쓸한 놈
손대지 않도록 익어가길 거부한다
내 삶을 그 누구도 만지지 못하게
난 익지 않은 채로 여기 늘 있으리
따기도 귀찮은 추한 모습으로

먹어 본 자는 알고 있다
뱉어내야 하는 괴로움을
익지 않은 것은 외로운 평화
아름답게 익어가는 추한 몸부림은
고독으로 뭉친 승무와 헛갈린다
손대기 싫은 추한 모습으로

커피 향이 코를 지나면
한 번 더 익어가는 삶
사각거리는 펜촉의 너울거림
한 번 더 익어가는 나
적혀지는 나는 풋내나는 과일

언젠가 누가 나를 알아보면
빨간색이라 말하며 나를 만지겠지
그리곤 따먹어 버릴 테지
그래서 난 익지 않으리
어두운 위성에 흡수되는 유성처럼
너에게 소화되지 않으리
먹지 마
늘 뱉어낼 테니까

詩時 : 2022.09.25. 13:56 風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