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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역에 내린 이방인

안산역에 내려 큰길을 건너고 나면 국경을 넘은 기분이다. 건너기 전 느낄 수 없는 이국적 기운 속으로 들어가면 꿈들이 북적인다. 형제자매들은 손발이 동강났어도 돈은커녕 몰매만 받고 고향으로 돌아갔었다. 다시 스멀스멀 이곳으로 찾아 들었고 어느새 북새통을 이뤘다. 시장을 지나는 내내 정체를 알 수 없는 생고기들과 장신구, 생필품 그리고 낯선 문자와 말들이 그들의 터임을 말해준다. 골목골목을 메운 이방인들은 어디서 쉴 새 없이 거리로 나오는 걸까? 서서히 날이 저물자 사람들은 더욱 많아지고 두리번거리는 초조한 눈빛들이 늘어난다. 부러진 복사뼈 수술 후 병실에서 개처럼 끌려간 네팔인 소식이 전해진 뒤 밤거리 기운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들은 이방인. 이 거리에선 내가 이방인. 하지만 그들이 내게 두는 거리가 더 멀다. 얻고 싶은 것을 충분히 얻은 건 육체뿐, 마음은 헐벗은 채 늘 밤거리를 떠돈다. 이 낡은 선술집으로 들어오기 전, 아직 공장에서 잔업 중인 친구를 기다리는 스무 살 갓 넘은 청년에게 들었던 말은 엄마 보고 싶어요. 공장에선 단속반이 밀고 들어올까 벌벌 떨고, 퇴근 후엔 고향에 두고 온 가족 때문에 울며 어깨를 떤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 철창 안과 달리 코리안 드림은 여전히 이 밤거리 만연하다. 외줄 타는 것 마냥 하루를 지나는 위태로운 꿈들의 골목들. 해질녘 안산역에 내려 큰길을 건너면 쏟아져 나온 꿈들을 만날 수 있다.




2010.09.01 윤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