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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2:56

병든 시인

조회 수 13464 추천 수 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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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시인



종이 위로 한참을 적어가는 데 담뱃재가 툭 떨어진다
무엇을 쓰고 싶은 걸까?
담뱃재를 손으로 대충 밀어내고 다시 써내려간다
어느새 새로운 담배가 물려있다
불 붙지 않은 담배 필터가 납작해졌다
의뭉스런 미소를 지으며 만년필 뚜껑을 덮는다
그제야 담배에 불을 댕긴다
몇 모금 빨아대더니 적었던 글씨들을 구겨버린다
미간에 주름이 생기더니 새로운 종이 위에 또 무엇을 써내려간다
종이 위로 한참을 적어가는 데 담뱃재가 툭 떨어진다
무엇을 쓰고 싶은 걸까?
멈추더니 소주 한 모금을 마신다
멍하니 종이만 바라보다
그제야 새로 문 담배에 불을 댕긴다
더 이상 쓰지 않는다
무릎을 모아 끌어안는다
글들을 노려본다
글들 위로 대나무를 그린다
동백꽃도 무화과 잎도 그린다
무릎 위로 담뱃재가 툭 떨어졌다
소주 한 모금 마시더니 만년필을 집어 던진다
뒤로 발랑 누워 필터가 타도록 담배를 빨아 마신다
무엇을 쓰고 싶은 걸까?
가슴을 움켜쥐고 뒹군다
제 시간에 오던 고통이 이젠 수시로 온다
아직 꺼지지 않은 꽁초가 장판을 뚫는다
소주가 내려가다 새버렸다
그렇게 뒹굴다,
조금 전 구겨버렸던 종이를 집어 피를 닦는다
오늘 씨름은 그렇게 끝났다.

2009.11.22 09:24 윤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