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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1 15:44

쉬는 시간에

조회 수 15759 추천 수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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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는 시간에

10개월간 공장을 다녔다. 체중이 15Kg이 빠졌고 환경도 좋지 않다. 그래도 사람사이 정이 있다면 더 다녔을 게다. 안산의 구조가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근로자들은 ‘돈’말고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기계에 붙어 기계와 같이 기계처럼 일하고 시간 되면 집에 가는 일상들이 한편 씁쓸하다. 역시 ‘돈’이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 공존하며 공감하는 짓은 미련한 짓이다. 오로지 내가 받을 돈, 혜택들뿐이다. 일에 귀천은 없다. 험한 일이든 구질구질해서 남에게 내세우기조차 창피한 일이든 정당한 노동이면 나는 축복이라 믿는다. 모든 일터엔 사람들이 있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감정이 포근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아무래도 공장이란 조직의 생리는 거리가 있다. 불과 10여 년 전 직장생활과 지금의 일터분위기는 많이 달라져있음을 실감한다. 情쪼가리 하나 느껴지지 않는데 회사는 애사심을 요구한다. 나 같은 성격은 참으로 황당하다.
요즘은 시급제를 알아보고 있다. 이도 만만치 않다. 나이를 보거나 외모를 보거나 학력을 본다. 그들이 원하는 일은 우스운 일이고 쉽게 해낼 수 있지만 그들이 쳐놓은 장벽은 좀처럼 넘기 힘들다.

그건 그렇고,

우린 관습적으로 나이구분을 명확히 하고 살아왔다. 나이로 미리 벽을 치기도 하고 무기로 삼기도 한다. 노동에 능력이 중시 되지 않고 나이가 중시된다. 사람 됨됨이 이전에 나이를 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백발이 되어서도 커피숍에서 커피를 나르는 외국 어르신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왜 우리나라의 백발들은 폐지나 빈병에 집착하고 고물상을 근거지로 살아야만 하나.

그건 그렇고,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고들 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널려있는 게 일자리처럼 보인다. 일자리의 품격을 따지려하니 스스로 답답한 게 아닐까. 내가 할 일은 돈과 거리가 멀지만 의식주 해결을 위해 별도의 일자리를 구해야만 한다. 즉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전혀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내 처지와 비슷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산다. 생계 때문에 참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못하고 가는 이도 있지만 현실이 그러한데 어쩌겠나. 그렇다고 괴로워 할 일도 아니다. 스스로 타인과 상관없이 홀로 괴로워하는 짓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길은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그건 그렇고,

참으로 긍정적으로 살며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고 사는 사람을 보면 ‘돈’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돈에 집착하지 않는다. 참 존경스럽다. 누가 봐도 걱정이 되는데 그는 걱정 따윈 하지 않는다. 보편적 시선을 웃는 사람이다.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덜 배웠다는 생각이 들어 창피할 때가 종종 있다. 한편으론 무시할 수 없는 현실, 즉 무서울 정도로 오르는 물가나 생명 유지에 필요한 것들에 마음이 조인다. 그렇게 조여들어올 땐 웃음이 좋다. 미소 한 자락으로 조여들며 다가오는 줄을 끊을 수 있다. 내가 우울하면 세상 모든 일이 우울하게 보일뿐이다.
길은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그건 그렇고,

10년 만에 회사라는 곳을 10개월 다니고 느낀 점이 있다. 눈에 안타까워도 그들의 모습은 그들의 모습대로 고스라니 인정할 줄 아는 법이다. 내 눈이 모든 것을 올바르게 본다는 착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내 사상이 가장 옳은 철학을 품고 있다는 무지를 깨는 것이 좋다. 나는 세상을 읽을 수는 있어도 바꿀 수는 없다. 그런데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다른 눈이 새롭게 이식된다. 나와 똑같은 생명체는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것은 나와 다르며 모든 것이 나와 다름을 알고 인정할 때 편안하다. 내 눈으로 보는 것이 내 마음에 족하지 않으니 홀로 안타까운 게다. 상상일 뿐이다. 내 오감과 마음으로 들어오는 모든 자료들은 사유할 일이지 누구에게 공감을 강요할 건더기가 되지 못한다. 위에서 보니 남을 무시하게 되고 실언한다. 아래에서 볼 필요도 없다. 동등한 눈높이로, 선한 마음의 눈으로, 보이는 모든 너를 인정해주면 된다. 내리 깔 필요도, 부라릴 필요도, 올려다 볼 필요도 없다. 나를 업신여기는 눈이라면 나를 업신여기는 눈임을 인정해주면 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강요할 필요 없다.

그건 그렇고,

근무할 때 월 대여섯 권은 읽은 듯하다. 지금은 쉬고 있으니 더 읽게 된다. 문제는 잘 쓰지 않게 된 것인데 읽을수록 글 씀에 대한 어색함(?)이 생겨 그렇다. 그나마 이런 잡글이라도 내려 갈기니 다행이다. 무엇을 써야할지 무엇을 쓰고 싶은지 멍하다. 이런 기간은 길지 않지만 가장 편한 시간이다. 주변 잡것들을 들추고 뒤적이며 지나는 시간은 심심풀이 땅콩처럼 꼬숩다.
국방부에서 지정한 불온서적들을 찾아 읽어 볼 참이다. 얼마나 진보적이고 재밌겠는가. 국방부에서 1년에 한번정도는 불온서적들을 발표했으면 한다. 못 읽은 게 있나 찾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건그렇고 : 2011.11.21. 15:29 윤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