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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그저그 싸돌아다니는 술꾼

근래 몇 군데 일터를 알아보고 다녀보기도 했다. 돈도 못 받고 일한 대가를 떼이기도 했다. 어떤 곳은 전기자전거 AS직으로 갔었는데 며칠 근무하자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서 파는 성능도 불안한 자전거를 나더러 팔란다. 그래서 파는 건 싫다고 그만두니 늙은 사장이 내게 욕질을 하기도 했다. 조폭과 같이 일하니 안전하다는 둥 별 잡스런 곳도 보고 별별 더러운 꼴도 봤다. 답답하기도 하고 일당도 벌어 담배라도 살 겸 돌아다녔는데 상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결국 비싼 버스비만 날렸다. 버스 타는 걸 좋아해서 날린 버스비를 관광비로 생각하고 나니 편하다. 집 밖을 잘 나가지 않다보니 안산이란 동네가 궁금하기도 했고, 안산도 꽤 큰 도시구나 하는 생각과 사람마다의 장단점도 새삼 보고 들었다. 중소기업에 대해 나는 아주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친구나 형제처럼 이야기하며 지낼 수 있기도 하고, 내 생각이 경영에 반영 되기도 하고, 조금 덜 보수적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10년 전쯤 내가 다니던 진보적이고 깨어 있는 회사는 찾기 힘들다. 그런 일터가 안산에는 없는지 내가 못 찾는 건지 모르겠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 된지 한참 지났지만 안산은 주 5일 근무제가 무색한 곳이다.
노동부에 입 다물고 조용히 일할 수 있는 시간제 일터를 구한다는 이력서를 넣어 놓고 담배 한 대를 문다. 회사에 얽매이는 것보단 일당이나 시급을 받는 편이 내겐 편하다. 가장 불편한 질문이 “한 달에 어느 정도의 월급을 원합니까?” 라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늘 “사정대로 주쇼”다.
한심한가?

그건 그렇고,

요즘 겪은 사장들을 보며 나이가 들수록 뇌가 굳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인생경험이라면 삶의 근육이 탄탄하고 부드럽게 연마 되었을 것이고 웬만한 돌발 상황에 대한 노하우도 있을 것이고 삶에 대한 유연함과 학식이 있을 법한데, 내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만 만났는지 대부분 돌대가리들이다. 아니, 돌대가리라기보다는 돈으로 굳어진 돌대가리들이 많다. 원인을 보면 일터가 가장 큰 원인이다. 퇴근을 해서도 일 걱정, 일 이야기, 수입 계산 등 눈 떠있는 내내 일에 관한 것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역시도 사람을 만나든 공원을 가든 술집엘 가든 그곳 분위기나 사람들을 글로 적거나 떠올려 문장을 만드는 버릇이 있는 걸 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늘 깔려 있다. 그렇다면 나는 글 생각으로 굳어진 돌대가리인가?

그건 그렇고,

몇 년 전 전기공사를 하는 매형을 따라서 화성시와 인천현장을 오가며 일한 적이 있다. 매형은 현장에 전기에 관한 모든 일을 감독하는 책임자를 두고 이곳저곳 현장들을 오가며 돈줄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 중 한 현장에서 만난 감독이 있었는데 전기에 관한 육체적 기술은 달인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는 책에 관해 많은 관심이 있었다. 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했고 일을 하는 현장에서도 책이야기가 주였다. 나중엔 존경심이 생겼다. 그는 일 외에도 사람이 꼭 알아야할 영역, 즉 인문학에 관한 관심과 공부가 많았고 그의 일 속에는 학문이 학문 속에는 그의 일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언행에 흠이 없고 일에 관한 진행도 차분하고 정확하며 남을 위한 배려가 몸에 붙어 다녔다. 내겐 먼지 속 노동자가 아닌 현인처럼 보였다. 이처럼 책은 돈에 절은 사장이나 돌대가리 노동자라는 말을 막아주고 존경하는 사람까지 생기게 하는 좋은 처방전이다. 서점엔 돌대가리들을 기다리는 책이 셈을 못할 지경으로 태산을 이루고 있다. 책을 멀리한 자들의 대화내용과 책을 가까이 하는 자들의 대화내용은 질부터 다르다. 그러나 책은 사회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매개체이기도 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안내서이긴 하나 결국 나를 위한 것이며 책을 통해 내 모습을 확인 할 때 나이 값을 하게 된다. 가격대비 끝내 주는 처방전 아닌가?
요즘 책값이 올라 비싸다고 투덜대지 말고 동네 도서관을 가보기 바란다. 무료로 빌려준다.

그건 그렇고,

나이 들어갈수록 유연해져야 한다는 말은 임기응변이나 잔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문에 몰두하고 매년 논문을 제출하라는 뜻도 아니다. 돈에 절어 늙어가며 뇌를 굳히지 말라는 뜻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쉽게 부러지지 않는 강한 내구력의 유연한 철학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사상을 구분하고 흡수할 수 있는 그리고 황폐 해지는 삶을 건져내주는 유연한 낚시가 가능해야 한다. 황희를 깨우친 소 두 마리를 가진 농부가 학자였던가? 거친 삶 속이라도 나를 성찰하고 나를 스스로 키우며 멋진 철학으로 휘감고 늙는 것처럼 매력적인 삶이 어디에 있나.
돈 주름보다는 글 주름이 더 아름답다. 고스톱으로 치매 예방할 생각 말고 책으로 예방하자.
벽에 똥칠하는 문인 봤나? 글은 몸에도 좋다.

그건 그렇고,

컴퓨터 옆 응달에 작은 시루 하나 놓고 콩나물 콩을 넣었다. 쌀 씻을 때마다 물을 주고 잠들기 전에 물 한 번 주고 자면 된다. 건조함도 막아주고 내가 키운 콩나물을 내가 먹으니 좋다. 마우스로 여기저기 눌러보면 1Kg에 3,000원 안팎으로 콩나물 콩을 살 수 있다. 보일러가 있는 다용도실에 상추를 심었는데 실패하기 일보 직전이다. 어떻게 해서든 살려보려고 애쓰고 있다. 15,000원 하는 배추 한 포기를 보며 그냥 되돌아 온 날, 뉴스 기사를 봤다. “이명박 정권의 성공은 한나라당의 승리!” 책상위에 모니터를 오독오독 갈기갈기 자근자근 씹어 먹고 싶었다.

그건 그렇고,

일터 구한다고 차비 날리며 싸돌아다니지 말라는 지인의 의견을 적극 수렴. 잡글들을 정리 중이다. 정리가 끝나면 새로 써내려가야 할 쪽지와 종이들이 도박판 벌이다 걸려 달아난 뒤 흩어진 화투장처럼 널브러져 있다. 손바닥만 한 스프링노트를 늘 들고 싸돌아다니는데, 옷을 갈아입고 나가면 막상 꺼낼 종이가 없다. 그러다보니 선술집에서 ‘무담보, 무방문, 무보증, 당일대출’이라고 인쇄된 종잇조각을 빌려 그 위에 쓴다. 그것들이 저 모양으로 시위 중이다.
짜아~식들.

그건 그렇고,

돈을 냈더니 전화가 된다. 엄니한테 뒤통수 긁으며 고춧가루님이랑 마늘님 계시냐고 겸사겸사 걸어볼 참이다.

2010.10.05 15:14 윤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