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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5 18:35

직장을 구하다

조회 수 17132 추천 수 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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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을 구하다


할 말은 글로 다 남겼고 마지막 편지도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그들이 원하는 증명서와 내용을 보냈다. 그들이 원했던 대학입학증명서나 이외의 증명서도 원하면 보내준다고 했다. 나를 의심했던 내용이 풀려 그들이 내게 뒤집어씌운 ‘거짓증언자’라는 누명이 벗겨지길 바란다. 이사 오기 전 도시가스 도둑놈이란 누명보다 더욱 치욕스러운 누명이었다. 가난한 글쟁이보다는 좀 넉넉한 학벌과 재산가를 만났으면 한다.

그건 그렇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사랑 따라 난생처음 안산에 왔다. 사랑은 나를 믿지 않았다. 안산 근처도 오지 않고 떠났다.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 년초에 내게 맞는 편집 일이 있었다. 작은 곳이었지만 적성에 맞는 일이었고 보수도 좋았지만 사랑덕에 포기했었다. 후회 해봐야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직장을 구했다. 다음 달부터 출근이다. 노동시간은 15~17시간, 선 채로 일해야 한다. 처음 해보는 공장일이지만 퇴근하면 잠은 잘 올듯하다. 8시간 노동이나 주 5일 근무제 같은 건 이곳에선 미친 짓이다. 게다가 불법체류자 단속원들의 무자비한 폭력 검거가 수시로 이루어진다. 예전 뉴스를 통해 분식집에서 앞치마 하고 일하던 외국인 여성을 구둣발과 따귀를 휘갈기며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던 단속반의 영상이 생각난다. 찾아보니 영상아래에 내가 짧게 글도 남긴 것이 있다. 아래에 영상보기를 클릭해서 보기 바란다.


단속반 영상보기 <- 클릭

갑자기 박노해 시인이 떠오른다. 노찾사의 사계도 떠오른다. 취업난이라 하지만 공단엔 사람 구하느라 정신없다. 사람들은 3D에 속하는 노동을 일이 아니라 징역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다행히 일요일은 쉰다. 몸을 만들고 있다. 몇 년을 앉아 눈으로 책에 구멍 내기 바빴고, 대학공부나 스스로 하고 싶었던 공부도하며 시도 쓰고 소설도 준비해왔다. 집어치우고 요즘 유행한다던 ‘몸짱’을 만들고 있다. 그래야 하루의 노동을 버틸 수 있다.
오늘 저녁 미사 드린 후 큰 수녀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할 것이다. 나처럼 슬퍼하시며 긴 기도를 해주심에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그건 그렇고...

걱정이 하나 있는데 새벽에 나가 일하고 집에 오면 오후 아홉시나 열시일 텐데 우편물이나 택배를 받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사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웃도 모르고 답답하다. 정기적으로 도착할 책이나 우편물이 등기로 오기 때문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무슨 길이 있겠지.’ 하는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읽은 책들은 책꽂이에 꽂아두고 읽지 않은 것은 책상 왼편에 쌓아 둔다. 오늘 따라 책들이 불쌍해 보인다. 기대하고 내게 왔건만 주인 잘 못 만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녀석들.
짜~아식들!
걱정 말거라. 내가 너희들을 버리겠느냐. 음 하하하!

짬짬이 작은 수첩에 쪽지 적듯 조금 씩 쓸 것이다. 공장에서 욕먹지 않을 정도만.



그건 그렇고 : 2010.04.25 18:03 윤안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