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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주현(1921~1980)

소설가, 경기도 여주 출생. 일본 와세다 대학 전문부 수학. 한때 국방부 편수관 역임. 인간, 역사, 현실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입체적인 구성력으로 다채로운 소재를 소화해 낸 작가이다. 초기에는 단편 소설을 주로 썼으며 1964년 장편 소설 "조선 총독부"를 발표하면서부터는 대하적 기록 문학을 통하여 독특한 역사관을 보여 주었다. 100여 편의 단편과 20여 편의 장편을 발표한 다작 경향의 작가였다.


신의 눈초리 - 문학의 필요성과 그 사명

문학자는 시대의 증인이고 그 작품은 시대의 중언이기를 소망한다. 한 시대의 특성을, 그 시대를 사는 개성 있는 인간을 잘 묘출해 내서 현재를 관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문학자의 사명이고 문학의 본질적인 권능이다. 인간상이거나 시대 사조거나 그 고유한 특성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작품이면 시간이나 공간을 초월하여 오랜 생명을 갖게 마련인데, 그런 경우 작품에서 창조된 사회상이나 인간사는 우리가 혐오하는 양상일 수도 있다. 또는 가장 일상적인 권태로운 소시민의 외면적인 조소에서 시작하여, 차원 높은 내면 세계로의 심화를 상징시키는 설득력 있는 꿈의 조형으로 승화되는 예도 있다.

그 어떤 경우거나 문학은 현실적인 토양에서 싹이 돋아난다. 한 시대, 그 인간들에 의하여 창조되고 가꾸어지고 수확이 된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남겨진다. 한 시대의 증인으로 남겨진다. 문학이야말로 작가나 독자가 책임있게 사명감을 가지고 함께 가꾸어 놓아야 할 그 시대의 꽃이고, 다음 세대에 뿌려질 꽃씨다.

현대처럼 인간 자체가 인간들에 의해서 매몰되고 소외된 적도 없다. 인간들의 비명이 기계 소리에 함몰되어 스러져 버린다. 인권과 자유를 가장 숭상하는 체하면서 스스로 그것을 짓밟는다. 더욱 비명을 지르며 실망한다. 자신들에 의해서 얻어지는 결과에 실망을 한다. 그런 시민 사회의 정신적인 불안은 어떤 외부적인 처방이나 힘에 의해서 해결될 수 없다. 인간 개개인의 각성이 병들어 가는 자신의 지각 신경을 꼬집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재창조하는 길밖에 없다. 새삼 문학의 역능이 기대된다.

문학은 문학자 개인의 소산이지만 그가 처해 있는 풍토적인 바탕에서 움트고 자라난다. 풍토는 우리 모두가 딛고 서 있는 지층이며 개성이다. 그리고 정신의 바탕이다. 작가의 고발이 과장되더라도, 이념 추구가 비록 공전되고 있더라고 그 특질이 인간의 고뇌이며 인간힘이라면, 그리고 인간성의 재발견에 있다면, 작가나 작품에 대한 사회적인 오해는 정신적인 인색에서 오는 것임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죄를 짓고 노하고 고민할 때일수록 마음 속에서 신의 눈초리를 발견한다. 신은 하늘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 속에 숨어 있다. 불세출의 영웅이 섬약한 소녀의 가슴을 유린할 때도 반드시 그는 신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부딪친다. 사람들이 그 신의 눈초리를 의식할 수 있는 동안에는 우리에게 문학이 필요하다.

문학은 그런 신의 눈초리로서 사람들 가슴 속에 살아 있어야 한다. 그 눈초리를 대할 때 의식이 필요 없어야 한다. 의식이 필요 없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신과 친숙해진다. 그것은 공감을 뜻한다.

문학은 작가와 작품과 독자의 공감이 일체화됨으로써 비로소 그 준엄한 사명을 다 한다. 그러한 작가. 작품. 독자의 풍요로운 합창으로 이 땅에 문학이 활짝 꽃 핀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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