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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49호 : 요즘 근황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귀여운 여자아이가 탔다. 작은 아이가 배꼽인사를 한다. 내 무릎높이보다 조금 크다. 그런데 이 아이는 나를 알고 인사를 한 것인지 그냥 한 것인지 6층까지 가는 짧은 시간에 생각에 빠져들었다. ‘동네 어른 보면 인사하는 거야’라고 엄마가 가르쳤구나 하고 내렸다. 인사받고 기분 나쁠 사람이 어디에 있나.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집에 들어서는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단순히 동네 어른이라 인사했나? 저 아이는 내 정체를 알까? 굳이 인사할 필요가 있나? 짧으신 인생 힘드신데….

그건 그렇고

작년에 수원 5일 장에 가보고 재래시장을 못 가봤다. 순대도 먹고 싶고 요즘 뭐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가까운데 발안시장이 있는데 외국인들뿐이고 가게도 몇 없어 잘 가질 않는다. 봄나물이 스물스물 나오는 것 같던데 보고 싶다. 어린 시절 모레내시장에서 어머니가 노랑냄비를 포기하고 노랑바나나를 사줬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울어 젖혔는지 냄비를 포기할 정도면 가산을 탕진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었겠는가.
불효자!

그건 그렇고

아파트 입구엔 편의점이 있는 1층짜리 상가가 있다. 여기에 치맥집이 있는데 여름엔 앉을 자리도 없이 북적댔는데 요즘 툭하면 휴무다. 한 철 장사하나 생각이 든다. 옆집이 미용실인데 사장 바뀌고 문 닫는 경우가 없다. 알고 봤더니 전 사장이 임신 관련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통이다. 그래서 그렇게 문을 자주 닫았군! 했다. 미용실에 가면 동네 아주머니들 다 모이는 건 당연하고 오해도 풀리고 최신뉴스도 모조리 다 나온다. 이 집에 산 지 10년 넘다 보니 아는 사람들도 꽤 된다. 몇 달 전엔 갈비집 계산을 옆집 아저씨가 몰래 해주고 간 일이 있었는데 다음엔 내가 계산해야지 하는 욕망이 불끈불끈 솟아오르기도 했다. 축구를 좋아해 공들고 나가시는 걸 종종 보는데 나이를 거꾸로 잡수나 했다. 다들 나름 평범히 편안히 산다.

그건 그렇고

10년이 지난 노트북을 바꾸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임플란트를 해버렸다. 긴 병원 생활 후에 치아가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의료보험도 안 된다. 우선 먹어야 살 것 아닌가. 세 개를 나란히 기가 막히게 꽂아 놨다. 무려 6개월이 걸렸다. 나머지 치아가 줄을 섰다. 집안 거덜 나게 생겼다. 과연 진정한 치통을 아는 자는 몇이나 될까. 행복해 죽겄다. 요즘 겁나게 씹어댄다.

그건 그렇고

천만 원 이상의 빛까지 내어가며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을 보고 있다. 그 사람이 받던 월급도 안 나온 지 몇 달 된다. 나는 빛까지 내며 좋은 일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애들 걱정 좀 하라고 말해왔으나 전후 사정을 알기에 이해도 간다. 그런데 어떤 이가 월급을 받는 줄 알고 이 사람을 비난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러나 화를 내어 무엇이 달라지나. 나만 피곤하지. 그러나 어젠 장애인을 무시하는 인간을 봤다. 유리창이 깨지도록 화를 냈다. 저혈압으로 고생인데 간만에 혈압이 올랐다. 장애인이 무식한 것이 아니라 너보다 유식한데 장애인이 된 것을 왜 모르나. 박살을 내줬다. 은행이 이사 갈 정도로 한참을 질러대고 나니 ‘명언이 많았는데 적어 둘 것을’하고 후회했다.

그건 그렇고

도서관의 도서 대출 기한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다. 어떻게 다섯 권을 보름에 읽나? 전화하면 일주일 연장해 준다는데 내가 만족해야 하나? 좀 여유롭게 기한을 두면 안 되나? 정치인이 책을 읽지 않으니 대출 기한이 짧은 것이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도서 대출 기한. 하는 말이 “그럼 한 권씩 보세요!”한다. 오늘이 반납일이다.

그건 그렇고

뉴스는 1%의 나쁜 소식을 보도하고 99%의 행복한 소식을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가 어두워지는 데 톡톡히 이바지하고 있다. 이 병폐는 자본주의보다는 독재정권 때문이다. 언론 자유에 목말라 있었고 시청률에 노예가 되다 보니 충격적이지 않은 건 보도하지 않는다. 광고라도 따려면 단독보도가 좋기도 하겠지. 고로 안 보는 것이 몸에 좋다. 가끔 보는 영화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고 되뇌지만, 평생 매일 보는 뉴스는 기억에 몇 개 없다. 우리나라 언론은 퓰리처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개혁한다고 해도 이승만 때나 지금이나 뭐가 다른가. 디지털?

그건 그렇고

수천 년 전 지었다는 피라미드 돌에 새겨진 해석본 중 하나에 이렇게 적혀있다.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어!”
진리 아닌가?

그건 그렇고

요즘 일주일이 하루처럼 간다. 뭐가 이리 빠른가 봤더니 스스로 바빴다. 낙서조차도 한 달이 지났다. 게다가 요즘 물리학에 빠져있는데 이건 가히 충격적이다. 문제는 알든 모르든 사는데 별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내가 사는 동안 지구가 멸망만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기주의자!

그건 그렇고

무식할 정도로 매우 단순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상 평화롭다. 옛날을 생각하면 미친놈 같다. 왜 그리 일에 몰두하며 살았는지. 남은 게 뭐 있나. 퇴직금? 일은 절대로 사람의 노예가 되지 못한다. 사람이 일의 노예가 되지. 그렇게 많은 직업과 일을 해대면서 얻은 건 경험이다. 따라서 위험에 대처하기 쉽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하고 싶었던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야만 했던 일이었다.

그건 그렇고

졸린다. 날을 샜으니 당연한 일이지. 졸린 건 누우라는 몸의 신호다. 그걸 무시하고 살았으니 병원이 떼돈 벌지 않나? 2억 원이 의사 연봉 축에도 안 든다는 걸 근래 알았다. 허무했다. 매트릭스처럼 다른 세계는 존재한다. 나 같은 아이가 사는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 부러워 말고 자자.

글詩 : 2023.03.02. 10:27 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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