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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0 14:59

정도(正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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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正道)

춥다. 겨울 같다. 이상 기후로 달력가지고 겨울이라 말하기엔 막가는 지구다. 중동에 눈도 내리니 말이다. 언젠가 지구자기장이 일정 주기로 변한다는 학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적 이 있다. 즉, 남극과 북극이 바뀌는 것이다. 자석의 N극이 S극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내용으로 공룡의 멸종까지 설명한다. 그 학설은 지금의 지구가 N극과 S극이 기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상기후는 해마다 심해질 것이라 설명한다. 금성이던가, 화성이던가... 붙어 돌던 위성이 떨어져 와 지구의 극을 치고 지나가 지구가 23.5도가 기울고, 그 위성이 지금의 달이라는 학설보다는 위에서 말한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말하는 학설이 더 신빙성 있어 보였다. 지구자기장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방사능을 막아주고 있다. 태양 일부분의 작은 폭발에도 지구에서 휴대전화통화나 TV시청에 장애가 있을 정도니 전체의 방사능과 에너지는 어느 정도겠나 상상해본다.

그건 그렇고...

식도와 목에 통증이 심해 막걸리도 넘기기가 쉽지 않다. 따뜻한 커피도 식도를 찢고 지나는 느낌이다. 그래서 찬물만 마신다. 몸을 추스를 필요가 있는데 어리석은 습관 덕에 몸이 고생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전국이 건조특보상태다. 작은 불씨하나면 산마루 한두 개는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에 없어진다는 얘기다. 건조하긴 건조한 듯하다. 자전거만 지나가도 먼지가 이니 말이다. 방에 젖은 수건들이라도 널어 둬야 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정도(正道)는 뭔가. 그냥 도(道)면 도지 정도가 뭐냐. 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나는 싫어한다. 위기상황도 누가 억압하는 일도 없는데 왜 최선을 다하며 사는가. 그냥 선하게 살면 되는 거지. 바동거려봐야 뭐가 달라지나. 험한 상황이 닥치지 않게 천천히 살면 되는 것이다. 뭔 야그냐. 공부를 해도 죽어라 하지 말고 즐겁게 하고, 술을 마셔도 죽어라 마시지 말고 즐겁게 마시고, 밥도 배 터져라 처먹지 말고 배만 안고프게 먹으면 된다는 말이다. 요즘 다이어트전쟁이라고 하는데 살이 안 찌게 처먹고 걸어 다니면 되는 것이지 마음같이 안 된다는 핑계는 자기합리화다. 다이어트시장이 연간 수조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회적인 낭비인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가르쳤어도 그게 되나? 꼭 시비 걸고 못된 짓하는 놈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싸움이 일게 마련이다. 어른이라고 다른가? 국회를 보라. 예나 지금이나 늙은이들이 2종격투기 뺨치고 있잖은가. 그러고선 사적인 자리에 나와 친한 친구사이라고 하잖나. 인간에게 정도(正道)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 인간은 혼자 있을 때 그나마 정도(正道)를 지키려한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저지른 일을 떠올리며 반성할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혼자 있을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를 모르는 것이다. 무릎 꿇고 반성하고 지내면 되는가? 책을 읽을까? 공부를 할까? 우리는 자꾸만 머리에 지식이나 뭔가를 집어넣으려는 습관이 있다. 사회가 만든 경쟁심리 탓이다. 스스로를 생각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내가 저 인간에게 어떻게 대처하고 또는 복수는 어떻게 하고 돈을 어떻게 하면 많이 벌겠나 하는 생각이 아니라, 나는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떻게 살아 왔고 내 주변엔 누가 있으며 현실은 어떤가. 나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가. 내 마음이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고 그런 일을 하고 있는가.

방구석이 답답하면 나가도 좋다. 영화, 여행, 등산은 혼자 만끽하는 것이 참맛이지 이놈저놈 전화걸어서 건수나 만들어봐야 술이나 지방섭취뿐이다. 사회생활하면서 게다가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은 좀처럼 맞이하기 힘들다지만 그것도 자기합리화다. 하루에 10분이라도 얼마든지 혼자 보낼 수 있는 자신만의 시공간을 만들 수 있다. 출퇴근 지하철 속에서도 얼마든지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공간이 마련되지 않는가? 답이 없는 나를 찾는 시간이 축적될수록 탁한 마음도 맑아지며 사회생활의 활력소도 된다.

그건 그렇고...

어제 안경을 찾으러 가는데 휴지 아저씨를 또 봤다. 대화는 못해봤지만 내가 이사 한 뒤로 몇 개월 만에 보는 턱이라 반가움이 일었다. 바람까지 불어 옷도 두툼하게 입었어도 상당히 추웠는데 휴지 아저씨가 입은 옷은 안쓰러울 정도로 얇았다. 여전히 상가 이곳저곳을 돌며 두루마리 휴지를 내밀고 있었다. 손수레를 보니 한 봉지도 못 판 듯 보였다. 키도 크고 차림도 깨끗하며 멋지게 생겼지만 다리를 저는 데다 말을 제대로 못하다보니 여전히 어려운 듯 했다. 종일 휴지수레 끌고 다리품 팔아 한 수레 다 팔면 만 원 정도 된다. 저 아저씨는 먹여살려야할 아이들이 있을 수 있고, 병든 아내가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혼자 살 수도 있다. 팔리든 안 팔리든 살기 위해 이 추운 날 수십 리를 걷는다. 저 아저씨가 걷는 길이 정도(正道)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나는 저 아저씨만큼 살고 있는가? 밥 먹고 똥을 싸기 위해서라도 저 만큼 노동을 하고 있는가? 한다면 그 노동에 보람을 느끼는가? 선뜻 내놓을 답이 생각나질 않는다.

2008.02.17 15:13 風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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