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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8 09:17

꼰대가 할 일

조회 수 573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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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할 일 - 윤영환

  우리가 흔히 비속어 조로 말하는 꼰대를 사전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미래에 꼰대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의무가 새로이 부여되는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아예 새로 태어나거나 축구로 치면 후반전에 접어든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지금 세대는 과거 세대를 무시하거나 예절을 지키지 않는 언행은 삼가는 게 좋다. 왜냐면 꼰대들이 이유를 막론하고 제일 싫어하기 때문이다. 꼰대들의 사고방식이 다음 세대와 맞지 않는 이유는 경험 고정화 작업 때문이다. 이 경직화가 세대 간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꼰대들이 꼰대 짓을 하는 이유는 나이를 기반으로 하는 자존심 때문이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경험도 많으니 그것이 진리라 믿고 강요하는 버릇이 문제다. 공부를 게을리하고 거기다 현재 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과거 경험과 지식에 기대어 고집부리는 모습이 공통점이다. 하지만 현세대는 그렇지 않다. 근거와 자료를 들이대고 정확함을 기반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경험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악감정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믿어왔고, 믿고 있는 것에 관한 정확한 탐구로 말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가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먹고살 만하고 별다른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꼰대는 굳이 삶의 변화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살던 대로 사는 게 편하다. 이것은 노자의 수평 지향적인 방식이 아닌 공자의 수직적 교육에 지배당한 탓도 있다.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나라와 충성 식의 수직적 배움 아래서 그것도 수십수 백 명이 함께 배우는 집단교육에서 자랐기 때문에 분모가 같다. 그래서 꼰대 끼리는 말은 잘 통한다. 개별적 배움의 자리가 없었고 개인의 개성이 무시 되던 세대다. 그래서 현재의 활기 넘치고 개개인의 삶이 소중한 당당한, 즉 소위 아랫것(?)들의 말에 지배당하기 싫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랫것들은 과거의 아랫것들처럼 단순 반항만 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철부지가 아니다. 논리적이고 정보가 넘치는 이 세계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을 줄 아는 합리적 세대다. 따라서 꼰대들은 이들과 말 섞기 싫고 자신이 배우고 믿어왔던 것을 신봉하며 고집을 피워도 아무런 손해도 없다고 믿기 때문에 꼰대라는. 별칭을 달고 사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예전 광화문에서 박근혜 퇴진 운동하는 군중 옆에 보면 박근혜를 지키자고 태극기를 들고 떠드는 꼰대 집단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젊은이들도 가세하고 있다. 언론에선 이들을 태극기부대라고 말하는데, 이들은 사실이나 증빙자료, 근거, 증인 따위는 원하지 않는다. 박정희 딸을 구하자는 일념으로 뭉친 사람들이거나 일당이나 벌어 볼까 나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각종 사실에 근거한 자료와 증인을 들이대도 시대를 읽는 젊은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꼰대들의 연령대가 높은 이유가 거기서 나온다. 박정희를 위대한 사람으로 믿었던 경험이 있고 그 딸의 고난을 지켜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한민국 역사에 부끄러운 한 줄을 긋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어느 누가 박근혜를 아름다웠던 대통령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가. 그러나 꼰대들은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빨갱이문화다. 4.19와 4.3사건의 책임자가 이승만이고 심지어 대법원 판결문까지 나왔어도 꼰대는. 수긍하지 않는다. 근거를 대도 먹통인 이유는 편하기 때문이다. 손해 볼 일도 없고,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좋지, 변화를 주거나 시인하기 거북하기 때문이다. 이중섭의 물감에 빨간색이 들어갔다고 빨갱이로 몰고, 김수영이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린 것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고충을 당했다. 빨갱이로 덮어씌우는 전문가였던 이승만을 따라 지금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백범을 빨갱이로 몰고 간다. 꼰대가 아니라 보수세력이라고 불러달라는 부탁까지 하고 있다. 이승만과 친일파,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이어져 오늘까지 이 보수세력은 빨갱이로 모는 것을 필수 수단으로 쓰고 있다. 뉴스를 보고 있자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우리가 이승만 아니면 반공을 못 하는 민족인가? 여야가 싸운 지는 오랜 세월 거쳐온 일이고 싸우지 않으면 국가는 변하지 않는다. 지금도 견해차는 서로 존중하고 인정되어야 한다. 자유롭게 토론 해야 한다. 아편전쟁처럼 중국이라는 아시아 거대국이 작은 나라에 무너진 이유는 흐르지 못하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인 물로 살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고민과 걱정은 대부분 과거에서 시작한다. 과거는 이미 지났고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래를 설계하는 멋진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그래서 현재가 중요하다. 현재를 어떻게 사는가에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하려는 이들에게 꼰대 소리를 듣는다. 변화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말은 물리적으로 말하면 무거워진 알갱이를 털고 싶다는 신호다. 시간 흐름에 순응하고 사니 모습이 변하고 모두가 욕심내어 갖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런 꼰대를 시대는 원하고 있고 지도자로 모실 준비가 끝난, 수시로 시대변화에 적응하는 지식인 천지다. 그러나 순응하지 못하고 수십 년간 고개 숙이지 않고 꼰대로 살아간다면 옛날 사람과 대화할 일이 뭐가 있나. 유튜브로 다큐멘터리나 보고 말지.

  나이 60이 넘으면 예전에는 백과사전 한 권 지나가신다고 말해왔다. 그만큼 연륜이 있고 경험이 많아 노하우도 알고 삶의 지혜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겐 학교에서의 배움 그 이상의 맛이 있었다. 그러나 지혜는 몰라도 지식이나 노하우는 현세대에선 스마트폰 하나면 모조리 알 수 있다. 시대변화가 빠르다고만 하고 시간이 없다며 내일로 미루다 꼰대가 되어있는 내 모습을 거울로 볼 때면 한숨부터 나오지 않던가? 때가 되면 씨를 뿌리고 때가 되면 익은 것들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섭리다. 그런데 왜 씨만 뿌리고 앉았을까. 원인은 수확량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다른 모종은 키워보지도 않았고 키우지 않아도 먹고살 만하니 신종 개량을 포기한 꼰대로 늙는 것이다. 현재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신종 대신 경험상 안전한 옛날 모종을 좋아하며 수십 년간 고정된 사진처럼 사는 것이다. 그래서 남을 인정하는 게 어색하고 싫은 게 꼰대의 특징이다.

  스스로가 개인 사업체라 믿고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이 지금 할 일이다. 회사도 못 다니게 되었고, 운동이나 하고 몸에 좋은 거나 먹으며 100세 인생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절치부심하며 과거를 빼앗기기 싫어 늘 과거 자랑, 자식 자랑 좀 하지 말고 당신을 자랑해보자. 나는 자식 자랑하는 노인을 가장 싫어한다. 다음엔 되도록 만나지 않는다. 당신 자신은 왜 자랑거리가 못 되는가. 되려 과거를 거름 삼아 현시대에 멋진 인재로, 배울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자. 누가 보든 든든하지 않겠나? 개똥철학하는 골방 노인네 생활을 털고 이사하자. 중책을 젊은이들에게 떠맡기지 말고 그들이 당신 집을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꼰대가 되는 것이 당신이 할 일이다. 당신의 집이 판잣집이라도 돈이 중하지 않음을, 당신이 만든 당신만의 순고한 진리를 나누어 주는 꼰대 대신 참어른이 되자. 단순한 유튜브 따위의 배움과 전환도 좋지만, 당신이 말하는 아랫것들과 나눌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나는 기다린다. 멋진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를 편집하라. 그래서 가위로 자를 부분은 잘라버리고 편집해 당신의 시청률을 높여라. 그리고 새로운 필름에 남은 후반전을 녹화하라. 아니면 그냥 꼰대로 살다 꼰대로 가는 것이다. 기름이라면 더러워진 하천이라도 들어가 물이 되어 많은 생명을 길러 내길 바란다.


2023.01.08.  09:15 윤영환
 

 

 

  • profile
    버드 2023.01.20 17:37
    "새로운 필름에 남은 후반전을 녹화하라"
    이 문장 좋아요
    전체적으로 공감가는 글 진심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버드 2023.02.08 11:31
    꼰대라는 말을 듣게 된 어른은
    아이였을때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혹시 '관종'이 꼰대의 기본성향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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