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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31 19:15

시간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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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과 마음 - 윤영환


물잔을 기울여도 물은 기울지 않습니다. 중력이 잡아 주니까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기울면 누가 잡아 주나요. 신이든 술이든 나 이외에 것에 기댈 필요가 있나요? 그렇게라도 평정심을 찾는 다면 좋겠지만 또다시 마음이 기울면 어쩌나요. 다시 그것들을 찾으면 되는 건가요?

시간은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묘약입니다. 나 이외에 것들에 기대는 것 같아도 시간이 없다면 그것들도 의미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고 잊히며 물처럼 제자리로 돌아가려합니다.

사랑할 땐 시간이 멈추길 바라며 이별할 땐 시간을 거슬러 오르고 싶습니다. 어릴 땐 시간이 빨리 흐르길 바라며 늙으면 시간의 덧없음을 말합니다.

숨 쉬는 동안 우리는 늘 시간을 보낸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거짓말. 시간은 우리가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보낼 수도 없습니다. 갖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잘 쓴다는 것도 거짓말입니다. 공간은 볼 수 있어도 시간은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멈춰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굳이 시간을 보려 시계를 만든 것뿐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벼를 자라게 하는 것도 시간입니다. 보이지 않게 스스로 흐르기에 막을 수도 흐르게 둘 수도 없습니다. 아니, 보이지 않기에 시간이 흐른다 할 수 없고, 간다 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역시 우린 볼 수 없으며 내가 줄 순 있어도 강제로 누군가 소유할 수 없습니다. 마음은 우리가 눈 감는 날에 시간과 함께 떠난 듯해도 당신의 마음만 갈 뿐 시간은 당신과 함께 떠나지 않습니다. 시간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기에 어디로 떠나지 않습니다.

시간은 생명을 만들고 죽음을 부릅니다. 시간 앞에선 사랑도 영원하지 않으며 슬픔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되뇌기 때문에 영원한 듯하며 마음이 떠올리기에 잊을 수 없다 말하는 것입니다. 이에, 시간은 사람이 어찌하지 못해도 마음은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마음을 다스릴 순 없습니다. 마음은 내가 소유할 수 있지만 남이 뺏을 수 없으며 줄 수 있는 것은 나뿐입니다. 유일하게 시간이란 강력한 힘에 순응하지 않는 것이 마음이며 말과 글로도 표현할 수 있고 그릴 수도 있습니다. 시간과 달리 마음은 보여줄 수도 있고 감출 수도 있는 철저한 개인의 것입니다.

남이 볼 순 없어도 나는 볼 수 있고 보여 줄까는 시간이 아닌 내가 결정합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으로 사랑하며 마음으로 이별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음이며 벼를 자라게 하는 것도 마음으로 합니다. 시간을 보기위한 도구는 있어도 마음을 보기위한 도구는 없습니다.

떠나보내기 위해 마음을 비우는 듯해도 머물던 자리는 그 누구도 메울 수 없으며 그 흔적을 우리는 추억이라 말합니다. 따라서 시간은 흔적 없이 가지만 마음은 늘 흔적을 남겨 되뇔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은 제한되어 있지 않아 드넓고 그 어떤 것도 들어와 살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흔적을 남깁니다. 그 흔적을 기억하지 못함을 우리는 잊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한 번 새겨진 흔적은 사라지지 않으므로 잊었다는 말은 기억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랑은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 마음의 대부분을 내어 주어야 하며 들어오면 마음의 중심을 차지합니다. 사랑이 떠나면 그 빈 공간이 너무도 크기에 중심을 잃고 흔들립니다. 따라서 떠나지 않기를 바라며 사랑이 영원하기만을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마음일 뿐입니다. 사랑이 차지했던 그 큰 흔적은 시간의 도움을 받아 줄어들게 되며 그 과정을 슬픔이라 말합니다. 사랑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 것은 슬픔을 겪었기 때문이며 그 어떤 사랑도 기쁘게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마음은 강제로 빼앗을 수 없으므로 이별을 해도 사랑은 남아 있으며 혼자 남은 사랑은 제 삼자인 시간이 조금씩 덜어가 주지만 흔적을 지워주진 않습니다.

이별의 경험으로 사랑이 줬던 슬픔을 알기에 새로운 사랑이 내 마음으로 온다면 큰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마음의 중심부터 잡으려합니다. 그것은 이별에 대비하는 자리가 새로 생겼기 때문입니다. 새로 들어 온 사랑은 지난 사랑이 앉던 자리에 앉을 수 없기에 그 어려움을 시간이 돕습니다만 결정은 마음이 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남은 모든 흔적은 시간이 가져다주는 죽음이 앗아갑니다. 따라서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다는 말은 참말이며 잊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글時 : 2008.2.5 16:28
風磬 윤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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