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가는 길

한국어

서재

방문자수 (2014.04~)

전체 : 810,712
오늘 : 735
어제 : 734

페이지뷰

전체 : 35,705,685
오늘 : 10,908
어제 : 11,421
조회 수 31595 추천 수 4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한글의 꿈 2 -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한글말살정책


  관공서를 다니다보면 외국인지 우리나라인지 헛갈릴 정도로 영문표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든다. Dynamic Busan, Hi Seoul, Colorful Daegu, Fly Incheon, Fantasia Bucheon……. 도시들마다 영어로 표기하고 있다. 어떤 도시의 누리집은 도시 이름조차도 한글로 표기하지 않고 영어로 표기해놓은 곳도 있다. 은행이나 공사들은 더 한심하다. NH, KB, NIS, LH, KDB, Korea Inspired, KOGAS……. 도통 간판만 보고는 모르겠다. 왜 국가가 나서서 영어를 홍보하는지, 왜 한글표기는 뒷전에 밀려있고 축소표기하거나 아예 표기조차 하지 않는지 답답하다.

  스며든 영어들

  은행에서 나와 사거리 신호등 옆에 서서 거리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진 적이 있다. 간판들, 지나가는 자동차들, 사람들 신발, 내 속옷 상표, 양말, 바지, 안경테, 가방, 물고 있는 담배이름 등 모두 영문 표기다. 집에 와서도 선풍기, 모기약, 냄비, 밥솥, 연필, 침대, 이불, 우산 등 모두 이름이 영문으로 인쇄되어있다. 정시뉴스도 영어단어가 늘어나고 있고 경제뉴스는 영어단어가 핵심단어이며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방송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팔기위해 광고를 하는데 대부분의 새로운 상품은 모두 영어 이름으로 출시된다. 지하철, 버스, 기차를 타면 셀 수 없이 많은 광고지들로 도배되어 있다. 광고지가 홍보하고 있는 상품들도 모두 영문으로 되어 있다. 집 안이고 집 밖이고 사방팔방이 모두 영문이다. 별다른 거부감 없이 우리의 눈과 귀는 세뇌되어 영문에 익숙해져있다.  

  주범인 정부, 방송, 언론이 좋은 처방전

  한국전쟁이후 강대국을 동경하는 인식의 속도가 보다 빠르게 퍼졌고 미국을 환상의 나라로 인식하는 사람들 역시 보다 넓고 빠르게 늘어나면서 우리의 언어는 갈 길을 잃어갔다.  문학역시 외국의 작가나 작품, 풍경 등을 자신의 작품에 옮겨 실으며 노래하고 말하는 것이 운치로 그리고 멋으로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영어를 한글과 병행해 공통언어로 쓰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텔레비전 속에 물건 팔러 나오는 성형미인들이 떠드는 ‘웰빙‘ 이라는 단어는 ’참살이‘로 고쳐 쓰는 것에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다. 이 ’웰빙‘ 이라는 단어는 포도주를 수입하는 회사의 포도주를 기사형태의 광고로 실은 한 신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일개 회사와 신문이 포도주 팔아 돈 벌려고 만든 외래어가 국어가 되다시피 하는 현실과 언론이 제조해서 퍼붓는 이러한 막강한 세뇌력을 가진 무기들의 공격에 국민은 무방비상태라는 것이 답답하다 못해 억울하다. 미운 단어들을 내가 읽고 싶어 읽거나 듣고 싶어서 듣는 것이 아닌 읽혀지고 들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대통령을 포함해서 대학교수나 법조계인사, 정치인 등 자칭 지도층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기사내용이나 방송 보도내용 역시 연예인들 못지않은 언어파괴의 책임이 충분하다. 언론과 방송을 통해 수도 없이 등장하는 그들 자신부터 한글사용에 무지하다. 그들이 사용하는 영어단어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나 역시 그들처럼 영어를 섞어 써야 나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착각을 만들게 한다.

  끝없이 신조어가 쏟아지는 신문지면의 기사들과 검증되지 않은 방송인들이 만든 새로운 문제점 중에 하나가 언어장벽이다. 어린 학생과 부모 간에는 세대차이 이전에 이미 언어장벽이 가로막고 서있다. 자식이 하는 말을 부모가 못 알아듣고 부모가 말하는 걸 자식이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체국은 이미 우체통철거를 끝냈고 디지털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술의발전은 자랑스러우나 이런 신기술이 언어를 더욱 짧고 추하게 만들고 있음도 알아야한다. 상황이 이러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어떻겠는가. 우리가 써야하고 알아야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말이 천대받으며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반드시 인식해야한다. 무작정 외국어 쓰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장삿속과 시청률 따위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어를 만들어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윤추구의 방편으로 언론과 방송이 영어사전에서 단어하나씩 빼내어 사용함으로 인해 결국 그 단어가 국어사전에 외국어 자격에서 외래어로 편입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유행하고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생겨나는 족족 외래어로 등록되면 그게 영어사전이지 국어사전인가? 언어가 전파되는 속도와 효과는 방송과 언론이 가장 좋은 매체다. 시선을 돌려 그 좋은 기능을 훼손되고 있는 한글을 위해 쓸 일이다. 가장 빠른 치유가 되며 가장 좋은 처방전 역시 방송과 언론이다.

  영어찬양을 멈추고 한글을 찬양하는 정부가 되어야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을 비웃는 일본인과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을 비웃는 한국인. 일본어의 음을 영어로 표기해가면서까지 일본어 수출을 일본정부가 주도하는 모습과 한글 수출은커녕 영어수입에 열을 올리는 한국의 모습. 무슨 차이일까? 지구촌? 국제도시? 그 속엔 한글이 끼어들 자리는 없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한글을 찬양하다가 뒤돌아서자마자 영어교육에 혈을 토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옆집 할머니와 영어로 대화 하냐고 묻고 싶다. 컴퓨터를 배우는 것은 그 편리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다. 영어가 필요한 사람역시 배워야 한다. 그러나 한글을 잘 몰라도 영어만 할 줄 알면 칭찬하는 문화는 사라져야한다. 나라 말과 문자가 없어서 외국 말과 문자를 수입해서 쓰는 국가들이 많다. 우리나라 말과 글이 있음을 자랑스러워하고 익히지는 못할망정 남의 나라 문자를 배우라고 정부가 나서서 권장하고 관공서 스스로 간판을 모조리 떼어 영문으로 바꾸는 어리석은 나라가 어디에 있나.

  얼마 전 대통령의 맞춤법 틀림에 대해 말들이 있었다. 수십 년 써온 것이라 바뀐 한글맞춤법을 모르며 그 나이 또래의 어르신들도 마찬가지라고 변병을 늘어놓았다. 이해한다. 어르신들은 오래전 배워 줄곧 써오셨기 때문에 작은 오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한다는 대통령이 그 국가의 문자를 멋대로 휘갈기는 것은 대한민국에 먹칠을 하는 행위가 된다. 대체 세계 어떤 나라 대통령이 공식적인 행사에서 자기나라 문자를 틀리던가? 대통령부터가 그 모양이니 한글을 우습고 유치하며 조금 틀려도 괜찮다는 생각들을 갖게 하는 것이다. 한글도 모르면서 영어를 권장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반성할 일이다.

  영어부터가 아니라 한글부터다


  한글을 잘 알아야 외국어를 한글로 번역할 때 오류가 적다. 번역할 한글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대충 비슷한 개념의 단어로 바꿔 번역할 때 원문을 훼손하게 되는 것이며 정확한 정보를 주는데 혼란을 줄 수 있다. 번역 말고도 한글 실력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내게 오는 좋은 일들이 많다. 사람을 만날 때도 일을 할 때도 자신감이 생기고 하고 싶은 말을 종이 위에 쓰더라도 막힘이 없어진다. 아이들에게 또는 사회생활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는데도 한 몫 단단히 한다. 우리 혼의 바탕은 한글이며 한글 실력이 풍부함을 자랑으로 여기는 참교육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무작정 영어권으로 내모는 일은 한글말살정책에 스스로 동조하는 일이다. 한글이라는 바탕 위에 다른 학문과 언어들이 와야 맞다. 자음과 모음도 외우지 못하는 유치원생이 알파벳을 달달 외우고 쓰는 걸 보면 그 부모의 한글실력을 가늠하게 된다. 외국인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내 새끼 내가 알아서 키운다고 한다면 할 말 없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다면 지난 역사 속에서 일본이 자행한 한글말살정책에 대해 비판할 자격은 없는 것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바르게 살아야 할지는 모두가 안다. 그러나 어떤 말글이 올바른 밑바탕이 돼야하는 지는 모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2010.05.31 19:15
윤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