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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3 07:30

나만 아니면 뭐...

조회 수 30675 추천 수 7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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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니면 뭐...


  올 늦여름 나는 홍대근처에서 한국작가회의에서 주최한 작가와 만나는 좋은 잔치에 다녀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도종환 시인을 비롯해서 여러 작가들이 살아온 날을 떠올리며 느꼈던 감동적인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신경림 시인이 말한 “문학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그날 후로 이어진 며칠간의 자기주장강한 문인들을 보며 나와 매우 다르다는 새로운 철학이 생기기도 했다.

  며칠 후 국방부장관이 선정한 불온서적 작가로 꼽힌 모 소설가가 나와 마이크를 청해 내가 물었다.

  “전 2008년 6월에 촛불을 들고 있다가 경찰에게 사정없이 맞았습니다. 문제는 뒤통수였는데요, 잠깐 기절을 했습니다. 하수구 맨홀에 뺨을 대고 쓰러졌었죠. 그런데 어떤 여자들 두 명이 나를 끌어당겼습니다. 진압명령이 떨어지기 전이였죠. 나는 그 여자들이 경찰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교복을 보고 나선 ‘아! 여학생들이구나!’했습니다. 하지만 전 얼마간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워낙 키가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그 여고생 둘이서는 역부족이라 생각하고 ‘가라. 가. 여기서 가. 떨어져. 나를 놔둬. 가지 못해! 놓으란 말이야!’했습니다. 그러나 열 명이 넘는 친구들이 달라붙어 나를 붉은 십자가 아래로 질질 끌어가 옮겼습니다. 간호사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구급약품으로 찢어진 내 머리와 어깨를 치료해줬죠. 묻겠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내가 아무리 전화를 해도 119 구급대원이 아닌 여고생이 다쳐 쓰러진 국민을 구하는 나라일까요. 황당한 질문입니다만, 그 당시 대한민국의 문인은 뭘 했나요? 나는 며칠 전 이 자리에서 신경림 시인의 말을 들었습니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고요. 2008년 문인들은 현실을 반영하면서 책을 팔았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설가는 저항문학이 필요하다는 것 말고는 별 해답이 없었다. 10분정도의 지루한 답변이 이어졌지만 프롤레타리아 등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에 나는 오히려 화가 치밀었다. 아마도 한국작가회의에서 주최는 했지만 국방부장관이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것만 주목하고 다른 취지는 없었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역사에 감동적으로 기록되어 후대에 가르침으로도 남을 2008년 국민의 역동적인 마음을 담은 문학이 2008년에 있었는가 묻고 싶다. 현시대에 국민의 마음을 담는 문인은 존재 하는가. 2008년에 튄 문학은 밥벌이 문학뿐이다. 나 역시 밥벌이 문학을 해야하지만 현실을 버린 문학은 하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설을 쓰는 어떤 여류소설가는 촛불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대놓고 말하며 신문에 기고를 시작하기도 했다. 왜 언급하지 않는가. 왜 말하지 않는가. 그것이 문인의 도(道)인가?

  가수는 노래를 팔고 문인은 책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직업중엔 참으로 아름다운 직업이다. 그러나 그들은 외면했다. 지하에서 독재에 항거하며 피를 토하고 죽어간 선대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울분을 토하는 억울한 세상에 살고 있다. 역사교과서를 바꾸는 이명박 장로와 입 다문 문인들이 대체 뭐가 다른가? 더불어 소수의 참말에 조명하지 않는 언론에 가장 깊은 원망을 전한다. 원고지가 아깝다. 문인에게 직격탄으로 제제가 가해지면 그제야 모두가 일어서겠지. 불똥이 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닐 것이다. 나만 아니면 되니까. 무슨말이 필요하겠냐 하겠지만 내 말은, 자신의 책을 기자에게 홍보하는 말 수 만큼 2008년을 말 해봤냔 말이다.


한마디 - 20081219 05:46 윤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