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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철? 그게 돈벌이 되냐?


최근 영화 ‘강철중‘이 흥행 중이다. 단순한 내용이다. ’공공의 적‘을 때려잡는 형사 이야기다. 영화 속 악역 역할 중 주목할 만한 장면이 있다. 어린 학생들을 세뇌시켜 깡패로 키우는 장면이다. 돈도 많은 든든한 형님들이 걱정하지 말라 안심을 시키며 피를 나눈 형제처럼 보호 해주겠다며 약속한다. 학생들은 마치 영웅이 된 듯 부푼 꿈을 지니며 그들을 우상으로 섬기고 깡패로서의 자부심을 갖는다. 형님들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 들어가 전과기록이 늘어나는 것을 영광으로 안다. 썩어가는 종교를 빌어 예를 들지 않아도 세뇌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예다. 그러나 좋은 스승과 좋은 책들을 벗 삼아 어떤 삶이 나의 삶인가 고뇌하며 지혜를 쌓은 성인이라면 저토록 쉽게 세뇌될까? 인성교육이라는 것은 예방주사 맞듯이 타인이 주입해선 이루어질 수 없는 교육이다. 외부의 강제주입으로 인성이 변한다면 그것은 교육이아니라 세뇌다.

얼마 전 토론방송에 대학교 2학년 여학생이 시민논객으로 나와 좌파, 우파 이야기를 했다. 어린 여대생이 좌파, 우파를 어디서 배웠을까?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꺼내기 무서운 단어들을 방송에 나와 거리낌 없이 말한다. 어디에서 들었으며 그 여학생의 머리엔 어떻게 정립되어 새겨졌을까. 살면서 어디선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스치듯 봤던 단어일까? 그녀가 홍보하던 인터넷카페를 가봤다. 그곳은 좌파라는 단어 대신 촛불 집회자들을 ‘좌빨, 빨갱이’로 대체해서 쓰고 있었다. 현실 속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성세대들이 저지르고 있는 세뇌의 예다. 보수를 대표한다는 잡지 월간조선의 전 편집장 조갑제는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을 왜 총으로 쏴죽이지 않냐 며 오늘도 핏대를 세우고 있다. MBC와 KBS가 크게 적힌 관을 메고 행진하는 뉴라이트연합의 젊은 이들이 펼치는 퍼포먼스를 보며 입이 벌어진다. 뉴라이트연합의 교수들과 교사에게 오늘도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생각하며 영화 ‘강철중‘ 속의 세뇌되는 어린 깡패들을 떠올린다.

학생일수록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수천 년 전 역사부터 배우기 전에 지금 살고 있는 나로부터 4대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30년을 한 세대로 치면 120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란 이야기다. 내 아버지, 내 할아버지는 어떤 시대에 살았는지, 조선이란 나라가 언제 사라졌는지, 나라를 일본에 넘긴 사람들은 누구며 왜 일본이 강점했고 당시 우리나라 언론은 뭘 했는지, 매국노들을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처리했고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매국노들을 처리했는지, 대한민국정부수립 직후 1대 대통령부터 매국노들이 다시 정권을 잡게 된 이유가 뭔지, 한국전쟁은 왜 일어났으며 그 시절 중국이나 세계 강대국의 정세가 우리나라와 무슨 관계인지, 비무장지대가 왜 생겼고 누가 만들었으며 단지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구역인지, 군부독재의 출발점은 어딘지,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언제 이루어졌고 2008년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좌파라는 말이 뭘 내포하고 있는지 120년 정도의 역사를 공부했다면 개념이 설 것이다.

그 다음, 정치인, 정부의 고위관료들과 대기업 총수 그리고 집안 대대로 경영권을 갖고 있는 보수언론의 120년 역사를 보면 된다. 스승의 말보다는 스스로 사료를 찾고 책을 고루 보며 120년의 역사지도를 차근차근 머릿속에 그려봐야 할 것이다. 잘 그려지지 않는 부분은 두루뭉수리 넘어가지 말고 반드시 정확한 사료나 책을 찾아서 정확히 그려야 한다. 그런 역사의식을 갖췄다면 오늘 거리에서 아기를 업고 촛불을 들고 있는 아줌마들이 정부발표대로 빨갱이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120년의 역사지도를 갖고 있어야만 수천 년 전부터 흘러 온 역사를 공부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면서 현 시대, 현 정부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면 세계를 무대로 삼아 남들에게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지라도 가치 없는 성공인 것이다.

실용정부라는 것이 들어서면서 각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들이 사라지고 있다. 학문이 아닌 취업에 목적을 두고 대학을 지원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돈벌이 못하는 인기 없는 학과는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최악의 교육환경을 집까지 팔아가며 가족 전원이 감내하면서도 자식의 장래를 위해 그리고 스스로의 꿈이 있기에 대학을 보내려는 것이고 가는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대학도 돈벌이 못하는 학과라며 학과가 사라져 어린 학생들이 전공을 바꿔야 하는 것이 지금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돈? 사람(삶앎)의 바탕을 이루는 문사철(文史哲)없는 돈 때문에 검찰청 1층은 매일 기자들이 사진 찍느라 바쁘지 않던가. 돈을 개같이 벌어 개같이 쓰는 사람들을 TV만 켜면 언제든 볼 수 있다. 언론을 통해 우리는 죄의식이 사라져 가고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진실은 언제나 집어 던질 수 있는 사회로 가고 있음을 본다. 그 이유는 자본숭배를 목표로 하는 정책과 인성교육의 틀이 되는 문사철(文史哲)이 멸종 돼가기 때문이다. 이는 훗날 현재 성장하고 있는 세대들이 보는 앞에서 내가 던진 부메랑을 맞게 되는 이미 짜여진 대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08.06.27 윤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