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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3 07:27

한글의 꿈 - 섞어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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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의 꿈 - 섞어찌개

  일제강점기 한글말살정책 부분을 배울 때나 같은 내용을 여러 소식통들을 통해 듣게 될 때, 우리는 흥분된 어조로 과거 일본이 저지른 짓들과 더불어 비난을 한다. 우리민족이 당한 역사적 억울함과 허탈감을 직접체험은 못했지만 배움을 통해 우리는 마음 한편에 울분을 갖고 있다. 한글말살정책을 비난하는 마음엔 한글을 사랑하는 한국인의 자부심도 있다. 그래서 방송에 나오는 방송인들이 일본어를 섞어 쓰면 비난의 화살이 날아가게 된다. 하지만 영어를 쓰면 관대하게 봐준다. 일본은 우리를 짓밟았지만 미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우리를 구원해준 주인으로 보는 노예근성과 강대국으로 바라보는 움츠린 동경심 때문이다. 영어를 섞어 쓰면 나도 그들처럼 선진국시민이 된 듯싶고 지식인처럼 보일 것 같은, 쉽게 말해 배운 사람 같으니까 최대한 영어를 섞어 쓰는 면이 짙다. 중국을 받들던 지식층이 한글을 멸시했고, 한글이 다시 살아나려하니 일본어가 들어오고, 또다시 한글을 되찾는 붐이 일자 지금은 영어가 치고 들어 와있다. 지구촌, 세계화라는 말에 미래가 중요하니 한글은 몰라도 영어를 잘하면 대접을 받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요즘 노래가사의 절반이상이나 대부분, 그것도 아니라면 주요 후렴구는 영어로 작사되어 있다. 수출용 노래도 아니고 내수용 노래인데도 영어를 섞어줘야 하는 것이다. 왜냐! 배웠다는 티를 반드시 내야하고 다들 섞으니까 내가 영어를 안 섞으면 미개인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류 수출을 위해 영어를 섞는 것이 대세며 사이사이 영어를 섞어야 그나마 외국인이 들었을 때 튈 수 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나 그룹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순수한 우리말을 쓰면 가수라고 말하기엔 특징도 없어 보이고 촌스럽다는 인식들이 지배적이다. 외국국적을 가진 한국인(?)들이 연예계에 늘어나서 그렇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몇 달 전 대화중 ‘싱크대‘라는 단어를 우리말로 바꿔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말들이 오갔는데 적당히 대체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외래어를 쓰지 않고 대화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 버스, 택시 같은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 말하라면 누구나 충분히 바꿔 말할 수 있지만 어색한 것이다. 모든 외래어를 한 번에 우리말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차근차근 하나씩 바꿔가며 어색함을 없애는 일들을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든 단체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눈에 잘 띠지도 않는다. 게다가 더 큰 파급효과를 이용해서 한글을 파괴하는 방송과 언론이 있기에 한글을 살려내고 알리려는 단체들이 더 작게만 보이는 것이다. 얼마 전 라디오를 켰는데, 라디오 속 남자 진행자의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전화 목소리를 들으니까 하트의 사운드가 업되고 목구멍에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가면서 콜레스테롤수치가 걱정되면서 스마일이 번지네요.”

  그의 주변 사람들은 깔깔대며 배꼽이 빠져라 웃는다. 웃긴가? 돈을 벌기위해 한글을 파괴하는 전형적인 연예인들의 모습이다. 그리고선 유네스코가 한글을 인정했다고 한글을 찬양한다.

  “기본 스타일은 판타스틱함을 기본으로 최대한 내추럴 하고 심플한 면에 컨셉을 두고 스케치를 했습니다.”

  옷을 만든 다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터뷰의 형식이다. 유학도 다녀오고 배웠으니 티를 내야할 것 아닌가. 그들에겐 저것이 전공언어이자 전문용어다. 그리고선 된장찌개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몇 해 전 방송에서 아나운서들을 대상으로 100년 전쯤 한글로 된 문서를 보여주고 읽어보라 했는데, 나름 읽어 내려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들 그 뜻을 몰랐다. 불과 100년 전의 한글도 학자가 아닌 이상 이젠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과거의 한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지금은 수십 년으로 단축되었고, 이젠 가속도까지 붙었다. 한글이 변하거나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일이 더 잦아졌고, 방송과 언론의 힘으로 한글 파괴속도도 빨라졌다. 그러나 그 해결책 역시 방송과 언론에게 있다.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은 외래어와 외국어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고, 한글을 배우는 것과 컴퓨터를 배우는 것이 무관 하듯이 한글을 바로 알려는 노력이 영어를 배우는 것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것을 늘 되새겨줘야 한다. 고유 언어와 글에 자긍심이 없는 나라치고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는 드물다. 영어권국가, 불어권국가라 불리며 신자유주의 속에 존재감 없이 묻혀 주변국가와 싸잡아 그 동네라 불리며 사는 것이다. 엎질러진 물 취급할 것이 아니라 엎질렀으면 이젠 주워 담아야 할 것이다.

2008.02.03 00:42 風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