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28464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507200.html
열리지 않은 사회와 코미디의 적들


박상혁의 예능예찬





















» 개그맨 최효종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 개그맨에게 돈 몇 푼 받거나 상처 입은 국회의원의 명예를 되찾으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더욱 아니다. 이 황당한 고소는 자신에게 적용된 집단모욕죄를 무효화하기 위해 벌인 일종의 ‘이벤트’다. 개그맨 최효종(사진)이 없었다면 비슷한 개그를 한 다른 개그맨을 고발했을 것이다.


‘이런 분’이 아니라도 우리나라에서 코미디를 하기란 참 힘들다. 사회적 강자에 대한 비판은 방송사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으로 이어진다. 특정 집단에 대한 풍자는 고발과 소송의 위험이 있다. 말장난이나 신조어는 심의실에서 제재가 뒤따른다. 연예인에 대한 희화화는 팬들의 공격을 부른다. 청소년도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도 배려하고 정치적 편향도 조심해야 한다. 다 빼고 나면 결국 ‘몸 개그’만 남는다. 그러나 개그맨들이 넘어지고 때리고 맞고 나면 이번에는 저질이라고 비난한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는 개그맨의 수보다 개그를 감시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더 많다.


대세가 된 공개 코미디 형식도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견디기 힘들다. 가수들은 지금에 와서야 청중평가단의 냉정한 평가와 서바이벌 형식에 죽는소리를 하고 있지만, 개그맨들은 10년 전부터 매주 방청객들의 평가와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죽고 사는 상황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사실 공개 코미디의 성공은 이전까지의 코미디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전의 코미디는 소수의 스타급 코미디언과 몇몇 글 잘 쓰는 작가들이 만들었다. 신인들은 아이디어가 좋아도 단역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공개 코미디 녹화장을 직접 찾은 방청객들은 스타라고 해서 웃어주지 않았다. 신인들이라도 아이디어가 좋으면 곧바로 대박이 터졌다. 노력하지 않는 스타들은 참신하고 열정적인 신인들에게 조금씩 무대를 넘겨야 했다. 방송에 출연하는 개그맨들뿐 아니라 대학로에는 방송사를 목표로 고생하는 수많은 개그맨 지망생이 생겨났다.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의 특성상 남녀의 심리 문제, 대중문화, 게임이나 인터넷 등 젊은 감각의 개그 소재들이 많아졌다. 사회문제에 직격탄을 날릴수록 박수가 터졌고 독설을 쏟아내도 사람들이 함께 웃었다. 신기하게 일단 객석에서 웃고 나면 이전까지의 금기들은 하나둘 허물어져 갔다. 예전 같으면 기분 나빠 할 사람들도 이미 객석에서 빵 터진 개그에 혼자 역정을 내기에는 좀 애매해졌다.


다시 코미디 전성시대가 찾아왔다. <개그콘서트>는 매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다. 새로운 코미디 프로들도 속속 생겨난다. 세상이 엄숙할수록 사람들은 더 큰 웃음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크게 웃을수록 동시에 웃음에 정색하는 사람들도 때맞춰 활동을 개시했다. 이번에 우리를 슬프게 만든 것은 국민을 대표한다는 분이 자신의 무죄증명을 위해서는 ‘일개 개그맨’ 정도는 희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대담함이다. 개그맨들은 1주일 동안 죽어라 아이디어를 짜고 다음주에도 살아남으려고 무대에 오른다. 정작 국민들이 냉정하게 탈락시켰으면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불행히도 그들에 대한 평가는 4년에 한번뿐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대한민국 모든 개그맨들. 쫄지 마, 씨바.


에스비에스 <강심장> 피디


?

자유글판

『아무거나 쓰세요. 손님도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음악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風文 2023.12.30
공지 사는야그 가기 전 風文 2023.11.03
989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 3. 드라큘라의 모델은? 바람의종 2011.12.04
988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 3. 히틀러 때문에 외면 당한 '헨젤과 그레텔' 바람의종 2011.11.30
987 잎위에 꽃이 피는 '루스쿠스 아쿨레아투스' 바람의종 2011.11.29
986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 3. 뛰어난 사기꾼, 장화 신은 고양이 바람의종 2011.11.28
985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 3. 진짜 신데렐라는? 바람의종 2011.11.27
» 좋은글 열리지 않은 사회와 코미디의 적들 바람의종 2011.11.26
983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 3. 강간당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바람의종 2011.11.25
982 다툼의 막대 바람의종 2011.11.25
981 좋은글 씨 없는 수박은 우장춘의 발명품이다? 바람의종 2011.11.24
980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 3. 동화의 테마는 본래 끔찍하고 잔인하다 바람의종 2011.11.24
979 임진왜란 때 경복궁을 불태운 건 백성들이다? 바람의종 2011.11.23
978 좋은글 광화문 앞 해태는 화기를 막기 위한 것이다? 바람의종 2011.11.21
977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 2. 출생증명으로 쓰이던 달걀 바람의종 2011.11.21
976 영화 ‘위대한 침묵’의 카르투시오 수도회 바람의종 2011.11.21
975 경주 첨성대가 천문대 맞나요? 논란 속 진실은? 바람의종 2011.11.20
974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 2. 유령들의 축제 바람의종 2011.11.20
973 전순영 시인님의 에세이집입니다. file 바람의종 2011.11.18
972 문익점은 붓두껍에 목화씨를 몰래 감춰 왔다? 바람의종 2011.11.17
971 문화의 171가지의 표정 - 2. 설날은 1월 1일이 아니다 바람의종 2011.11.1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 101 Next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