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32776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평강아!
건강하게 잘 있니? 삼십 년이 넘게 '엄마'라고 불러만 보았지, 누군가 내게 엄마라고 부를 거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손발이 오그라드는구나.
엄마…. 그래, 내가 너의 엄마란다. 나는 뱃속에 있는 너와 함께 지낸지 한참이 지난 뒤에도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가 컸단다. 내가 과연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참 어려운 일 같았거든. 내게 엄마는 아니 나의 엄마는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투덜댈 수 있는 상대, 너무 아플 때 신음과 함께 저절로 흘러나오는 이름, 세상 그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아니 보이고 싶지 않은 약함을 꺼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게 바로 엄마란다.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은 이렇게 말하더구나.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가 하루만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에 억울했던 딱 한 가지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고 말이야.

평강아! 세상의 엄마는 그런 존재란다. 그런데 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해서 갑자기 나의 엄마처럼 자식을 향해 끝없는 사랑을 줄 존재로 변할 자신이 없었던 거야. 그래서 “엄마! 나 여기 있어요.”하고 태동을 걸어올 때까지도 나는 걱정이 앞설 때가 많았지 뭐니.
그런데 평강아, 나는 요즘 참으로 신기한 일을 경험하고 있단다. 네가 일주일, 한 달, 석 달, 아홉 달을 채우며 자라는 사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시점부터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단다. '너를 사랑해야지'하고 다짐을 거듭해서 생긴 마음이 아니라 저절로 생기더라는 말이 가장 잘 맞겠구나. 네가 나의 아가라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너를 향해 가슴 깊은 곳에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샘솟더란 말이지. 그래서 내 안에서 커져버린 그 마음을 발견한 순간, 세상의 엄마들은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고 공부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하나같이 자식을 사랑하는 존재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착하고 순한 나의 아가, 아홉 달 동안 엄마 뱃속에 있느라 많이 답답했지? 엄마가 일한다는 핑계로 그 흔한 태교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했는데, 너는 입덧도 없이 엄마를 편안하게 지켜주었구나. 우리 아가,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엄마는 네가 태어나, 널 위해 준비한 배냇저고리를 입고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가끔 상상한단다. 아마 엄마도 곧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착각 속에 빠져 팔불출 소리를 듣고 말겠지? 그래도 괜찮아. 엄마들은 모두 그 착각 속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으니까. 내게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 준 평강에게 고마워하면서….

널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엄마가.

《행복한동행》김승희 기자
?

자유글판

『아무거나 쓰세요. 손님도 글쓰기가 가능합니다.^^』

Titl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동영상 황석영 - 5.18강의 風文 2024.05.22 8959
공지 음악 부활 - 친구야 너는 아니 (시:이해인) 風文 2023.12.30 37371
공지 사는야그 가기 전 風文 2023.11.03 39783
공지 동영상 U2 - With Or Without You (U2 At The BBC) update 風文 2019.06.20 4315
1606 동영상 한영애 공연 (코뿔소제공) 風文 2022.11.08 2124
1605 음악 BERLIN - Take My Breath Away (Live) 風文 2022.11.07 1395
1604 음악 A-Ha 風文 2022.11.06 1429
1603 사는야그 로지텍 코리아는 명성에 걸맞지 않다. 風文 2022.10.22 1596
1602 음악 다섯 손가락 - '새벽기차' 風文 2022.10.17 1056
1601 음악 시인의 마을- 정태춘 風文 2022.10.15 1821
1600 수녀님들의 세대차이는 비슷할까 다를까? 風文 2022.10.15 1219
1599 음악 Kenny G - The Moment 風文 2022.10.13 1426
1598 사는야그 이런 자격증이 있었네요 버드 2022.10.12 1709
1597 정보 간경화 風文 2022.10.09 1786
1596 PTH 風文 2022.10.07 1789
1595 사는야그 월간 시사문단 신인상(시부문) 1 버드 2022.10.05 1708
1594 음악 10시간 크리스마스 캐롤 수면음악 + 모닥불소리 風文 2022.10.04 1783
1593 음악 편안한 크리스마스 캐롤 음악 | 8시간 | 風文 2022.10.04 1937
1592 음악 Earth, Wind & Fire - September 風文 2022.09.27 1481
1591 음악 백지영 - MY Ear's Candy(내 귀에 캔디) 風文 2022.09.21 1719
1590 음악 현진영_- 흐린 기억 속의 그대 風文 2022.09.21 1948
1589 음악 Elvis Presley - Burning Love 風文 2022.09.17 1731
1588 첫인사(등업신청) 등업 부탁드립니다. 1 베이스짱 2022.09.13 216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01 Next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