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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아!
건강하게 잘 있니? 삼십 년이 넘게 '엄마'라고 불러만 보았지, 누군가 내게 엄마라고 부를 거라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손발이 오그라드는구나.
엄마…. 그래, 내가 너의 엄마란다. 나는 뱃속에 있는 너와 함께 지낸지 한참이 지난 뒤에도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가 컸단다. 내가 과연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참 어려운 일 같았거든. 내게 엄마는 아니 나의 엄마는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투덜댈 수 있는 상대, 너무 아플 때 신음과 함께 저절로 흘러나오는 이름, 세상 그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아니 보이고 싶지 않은 약함을 꺼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게 바로 엄마란다.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은 이렇게 말하더구나.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가 하루만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 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에 억울했던 딱 한 가지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고 말이야.

평강아! 세상의 엄마는 그런 존재란다. 그런데 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해서 갑자기 나의 엄마처럼 자식을 향해 끝없는 사랑을 줄 존재로 변할 자신이 없었던 거야. 그래서 “엄마! 나 여기 있어요.”하고 태동을 걸어올 때까지도 나는 걱정이 앞설 때가 많았지 뭐니.
그런데 평강아, 나는 요즘 참으로 신기한 일을 경험하고 있단다. 네가 일주일, 한 달, 석 달, 아홉 달을 채우며 자라는 사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시점부터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단다. '너를 사랑해야지'하고 다짐을 거듭해서 생긴 마음이 아니라 저절로 생기더라는 말이 가장 잘 맞겠구나. 네가 나의 아가라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너를 향해 가슴 깊은 곳에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샘솟더란 말이지. 그래서 내 안에서 커져버린 그 마음을 발견한 순간, 세상의 엄마들은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고 공부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하나같이 자식을 사랑하는 존재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착하고 순한 나의 아가, 아홉 달 동안 엄마 뱃속에 있느라 많이 답답했지? 엄마가 일한다는 핑계로 그 흔한 태교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했는데, 너는 입덧도 없이 엄마를 편안하게 지켜주었구나. 우리 아가,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엄마는 네가 태어나, 널 위해 준비한 배냇저고리를 입고 방긋방긋 웃는 얼굴을 가끔 상상한단다. 아마 엄마도 곧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착각 속에 빠져 팔불출 소리를 듣고 말겠지? 그래도 괜찮아. 엄마들은 모두 그 착각 속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으니까. 내게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 준 평강에게 고마워하면서….

널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엄마가.

《행복한동행》김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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