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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2월14일(월) 사설


 


[사설]역사 모르는 글로벌 인재양성 어불성설이다


역사학계가 단단히 뿔이 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9월 발표한 ‘2009년 개정교육과정 시안’(이하 시안)이 화근이다. 역사학계는 시안대로 고등학교 역사 과목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돌리면 고교 역사교육을 붕괴시키게 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역사 관련 단체 36곳 대표들은 지난 주말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역사교육 축소안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지난 10월에 이어 두번째다. 정부가 시안을 올해 안에 확정하겠다며 밀어붙이려 하자 고교 역사교육의 고사(枯死)를 우려하는 역사학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역사학계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 시안대로라면 고교 3년 동안 한국사든 세계사든 역사를 전혀 배우지 않고 졸업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글로벌 창의 인재를 위한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를 앞세운 시안은 현행 10년인 ‘국민 공통기본교육과정’을 9년으로 단축해 중학교까지만으로 하고, 고교 3년간은 선택중심교육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고1의 역사(현행 국사) 과목은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뀐다. 또 고교 2~3년생의 선택 역사 교과수도 3개에서 2개로 줄어든다. 이에 대해 국어·영어도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게 교과부의 강변이다. 하지만 치열한 대입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이 학습량도 많고 상대적으로 점수따기도 어려운 역사 과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적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역사가 선택과목이 되어선 안되는 이유다.

시안은 2011년부터 시행될 2007년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파기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한·일, 한·중 역사 분쟁을 계기로 역사교육을 강화한 새 커리큘럼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에 정부가 거꾸로 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좌편향’ 선동을 통해 고교 역사교과서를 입맛대로 직권수정한 정부는 아예 역사를 배워도 그만, 안 가르쳐도 그만인 과목으로 만들려는 모양이다.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글로벌 인재양성과 역사를 모르는 글로벌 인재가 어떻게 가능한가. 교과부의 시안은 학교의 자율성과 학생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학교를 슈퍼마켓처럼 만드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교육방향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데 지나지 않는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필수 학습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옳다. 글로벌 창의교육이 필수라면, 역사교육도 필수여야 한다. 역사를 선택에 맡기는 것은 교육현실도, 역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몽매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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