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5.08 09:44

‘수놈’과 ‘숫놈’

조회 수 6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놈’과 ‘숫놈’

‘수놈’과 ‘숫놈’을 사이에 두고 아나운서실에서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맞춤법 표기는 수놈으로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숫놈[숟놈→순놈]이라고 발음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수소(황소)’도 마찬가지였다. ‘수소’는 어색하게 느껴지고 ‘숫소’가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나운서들은 원칙과 현실 발음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많이 있다.

현행 맞춤법 규정은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하기로 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숫놈’을 버리고 ‘수놈’이 표준어가 되었다. ‘숫소’가 아니라 ‘수소’, ‘숫꿩’이 아니라 ‘수꿩’, ‘수나사’, ‘수은행나무’가 된 것이다.

모두가 ‘수-’로 통일됐다면 쉽겠다. 그런데 다음의 경우는 ‘수-’ 뒤의 거센 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암수’의 ‘수’가 ‘숳’에서 왔기 때문에 그 흔적이 남아 굳어진 것들이다. 수컷, 수캉아지, 수캐,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평아리, 수퇘지가 그것이다. 암컷을 이르는 접두사 ‘암’의 경우도 이에 준해 암컷, 암캉아지, 암캐, 암키와, 암탉, 암탕나귀, 암평아리, 암퇘지를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수’ 뒤의 거센 소리가 굳어진 것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기준이 모호하다. ‘개미’나 ‘거미’ ‘벌’의 경우 ‘수캐미’ ‘수커미’ ‘수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도 많지만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맞춤법 규정은 ‘수개미’ ‘수거미’ ‘수벌’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숫-’을 인정하는 것은 ‘숫양’ ‘숫염소’ ‘숫쥐’ 뿐이다.

그래도 ‘수놈’ ‘수소’는 어색하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수놈’이라 쓰지만 ‘숫놈’[순놈]이라 읽는다. ‘수소’라 쓰고 ‘숫소’[숟쏘]라고 읽는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3367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4948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2Jan
    by 바람의종
    2010/01/22 by 바람의종
    Views 9450 

    ‘암(수)캐’가 ‘암(수)개’로

  5. No Image 24Nov
    by 바람의종
    2009/11/24 by 바람의종
    Views 9027 

    ‘안 되’는 ‘안 돼’

  6. No Image 20Jan
    by 風文
    2024/01/20 by 風文
    Views 1756 

    ‘시월’ ‘오뉴월’

  7. No Image 25Oct
    by 風文
    2022/10/25 by 風文
    Views 1520 

    ‘시끄러워!’, 직연

  8.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697 

    ‘수놈’과 ‘숫놈’

  9.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1295 

    ‘선진화’의 길

  10. No Image 21Aug
    by 風文
    2022/08/21 by 風文
    Views 1563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11. No Image 08Jun
    by 바람의종
    2010/06/08 by 바람의종
    Views 12585 

    ‘빼또칼’과 ‘총대가정’

  12. No Image 14Jan
    by 바람의종
    2010/01/14 by 바람의종
    Views 11864 

    ‘붇다’와 ‘붓다’의 활용

  13. No Image 11Oct
    by 바람의종
    2007/10/11 by 바람의종
    Views 9276 

    ‘부럽다’의 방언형

  14. No Image 02Jun
    by 風文
    2023/06/02 by 風文
    Views 1470 

    ‘부끄부끄’ ‘쓰담쓰담’

  15. No Image 23Apr
    by 바람의종
    2010/04/23 by 바람의종
    Views 11874 

    ‘바드민톤’과 ‘아수한 이별’

  16. No Image 17May
    by 바람의종
    2010/05/17 by 바람의종
    Views 12953 

    ‘물멀기’와 ‘싸다’

  17. No Image 10Feb
    by 바람의종
    2008/02/10 by 바람의종
    Views 8016 

    ‘모라’와 마을

  18. No Image 01Dec
    by 바람의종
    2009/12/01 by 바람의종
    Views 10829 

    ‘몇 일’이 아니고 ‘며칠’인 이유

  19. No Image 28Dec
    by 風文
    2023/12/28 by 風文
    Views 1350 

    ‘며칠’과 ‘몇 일’

  20. No Image 27Mar
    by 風文
    2024/03/27 by 風文
    Views 1846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21. No Image 11Sep
    by 風文
    2022/09/11 by 風文
    Views 1315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22. No Image 11Nov
    by 바람의종
    2011/11/11 by 바람의종
    Views 8882 

    ‘말밭’을 가꾸자

  23. No Image 06Jan
    by 바람의종
    2008/01/06 by 바람의종
    Views 8223 

    ‘막하다’

  24. No Image 04Dec
    by 바람의종
    2009/12/04 by 바람의종
    Views 9940 

    ‘로서’와 ‘로써’

  25. No Image 27Apr
    by 바람의종
    2010/04/27 by 바람의종
    Views 9613 

    ‘렷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