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3.27 06:22

갑질

조회 수 103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갑질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등장하는 말 중에 ‘갑질’이 있다.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말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약자인 상대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를 가리킨다. 이 말은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이르는 ‘갑’에 접미사 ‘질’이 결합해서 만들어졌다. 보통 계약서를 쓸 때 계약의 두 당사자를 편의상 ‘갑, 을’로 칭하게 되는데, 이때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쪽이 ‘갑’이 된다. 이런 관습으로부터 ‘갑’에는 권력이나 지위가 높은 쪽, ‘을’에는 낮은 쪽의 의미가 덧씌워지게 되었다. 여기에 ‘질’이 붙어 새말이 만들어진 게 흥미롭다. ‘질’이 붙은 말은 대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물론 ‘가위질’이나 ‘바느질’처럼 부정적인 뜻 없이 단순히 그 도구를 사용해서 하는 일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직업이나 직책, 또는 사람이 하는 행위에 ‘질’이 붙을 때는 그 일을 비하하거나, 또는 그 일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가치 평가가 덧붙는다.

비단 ‘도둑질’ ‘싸움질’ ‘고자질’ 같이 본래 나쁜 일을 가리킬 때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선생질’이 있다. 학생들을 교육하는, 존중 받는 직업에 ‘질’이라는 접미사가 결합됨으로써 그 일을 하찮게 여기거나 낮잡는 상황에서만 쓰는 말이 돼버린다. ‘전화질’이나 ‘자랑질’도 마찬가지다. 쓸 데 없이 자주 전화를 하거나 지나치게 자랑을 많이 하는 경우를 비난하는 의미로만 쓰인다. 그런데 북한말에는 ‘질’에 그런 비하의 뜻이 없다고 한다. 새터민들 중에는 ‘선생질’을 ‘교사로서의 직분’이라는 평범한 의미로 썼다가 남한 사람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사전에 없지만 ‘갑질’이란 말에는, 그런 행동이 해서는 안 될 ‘못된 짓’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1972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354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5Sep
    by 風文
    2021/09/05 by 風文
    Views 744 

    또 다른 이름

  5. No Image 20Dec
    by 風文
    2023/12/20 by 風文
    Views 744 

    어떤 반성문

  6. No Image 22Dec
    by 風文
    2023/12/22 by 風文
    Views 761 

    여보세요?

  7. No Image 10Sep
    by 風文
    2022/09/10 by 風文
    Views 762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8.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770 

    편한 마음으로

  9. No Image 20Sep
    by 風文
    2022/09/20 by 風文
    Views 778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10. No Image 06Sep
    by 風文
    2021/09/06 by 風文
    Views 781 

    딱 그 한마디

  11. No Image 18Sep
    by 風文
    2022/09/18 by 風文
    Views 781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12. No Image 06Oct
    by 風文
    2022/10/06 by 風文
    Views 789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13.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790 

    언어 경찰

  14. No Image 09Nov
    by 風文
    2023/11/09 by 風文
    Views 794 

    산막이 옛길

  15. No Image 30Dec
    by 風文
    2023/12/30 by 風文
    Views 794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16.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796 

    재판받는 한글

  17. No Image 11Sep
    by 風文
    2022/09/11 by 風文
    Views 800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18. No Image 20May
    by 관리자
    2022/05/20 by 관리자
    Views 802 

    귀순과 의거

  19. No Image 02Jan
    by 風文
    2024/01/02 by 風文
    Views 805 

    한 두름, 한 손

  20. No Image 17May
    by 風文
    2022/05/17 by 風文
    Views 806 

    외국어 선택하기

  21. No Image 19Sep
    by 風文
    2022/09/19 by 風文
    Views 806 

    거짓말, 말, 아닌 글자

  22. No Image 02Jan
    by 風文
    2024/01/02 by 風文
    Views 806 

    아주버님, 처남댁

  23. No Image 25May
    by 風文
    2022/05/25 by 風文
    Views 807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24. No Image 18Dec
    by 風文
    2023/12/18 by 風文
    Views 807 

    가짜와 인공

  25. No Image 01Nov
    by 風文
    2023/11/01 by 風文
    Views 819 

    ‘내 부인’이 돼 달라고?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