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2.21 17:55

가던 길 그냥 가든가

조회 수 107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던 길 그냥 가든가

“딴 여자 찾아보던가/ 아니면 가던 길 지나가던가” 요즘 인기 있는 걸 그룹의 노래 가사다. 노래만 들을 때는 몰랐는데 텔레비전 화면에 가사가 자막으로 나오니 잘못된 표기가 눈에 띈다. 바로 ‘찾아보던가, 지나가던가’의 ‘던가’인데, ‘든가’로 써야 맞다. 그러면 ‘가던 길’도 ‘가든 길’로 써야 하나? ‘던’과 ‘든’은 발음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데 쓰임이 다른 말이므로 구분해서 써야 한다.

‘던’은 지난 일을 나타내는 ‘더’에 관형사형 어미 ‘ㄴ’이 붙어서 된 말로, 앞말이 과거에 일어난 일임을 나타낸다. ‘새집은 이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크다’거나 ‘깊던 물이 얕아졌다’처럼, ‘던’은 항상 과거와 관련 있는 상황에 쓰인다. 이 문장들에서 ‘살던’ 일은 지금이 아닌 과거의 일이고, 물이 깊었던 것도 이미 지나간 시절의 일이다.

‘든’은 ‘든지’ 또는 ‘든가’가 줄어진 말로, 선택과 관련된 상황에서 쓰인다. ‘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마음대로 해라’ ‘어디서 무엇을 하든 이것만은 기억하기 바란다’처럼 여러 대상들 중에 무엇이든 선택이 가능할 때 쓴다. 위 첫 번째 예문은 노래를 부르는 일과 춤을 추는 일 중에서 무엇을 해도 좋다는 의미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둘 이상이 직접 나열되진 않았지만 ‘어디서 무엇을’이라는 말이 다양하게 열린 가능성을 나타내므로 역시 선택의 의미가 들어 있다.

인용한 노래 가사는 ‘딴 여자를 찾든지 말든지’ ‘가던 길을 계속 가든지 말든지’ 상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선택의 ‘든’을 사용해서 ‘찾아보든가, 지나가든가’로 써야 맞다. 다만 ‘가던 길’의 ‘던’은 길을 걸어가는 행위가 잠시 전이긴 하지만 분명히 과거의 일이므로 ‘던’을 쓰는 게 맞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3321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9841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4992
    read more
  4.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Date2022.09.17 By風文 Views767
    Read More
  5.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Date2022.09.10 By風文 Views783
    Read More
  6. 딱 그 한마디

    Date2021.09.06 By風文 Views789
    Read More
  7. 언어 경찰

    Date2021.09.02 By風文 Views793
    Read More
  8. 어떤 반성문

    Date2023.12.20 By風文 Views797
    Read More
  9. 편한 마음으로

    Date2021.09.07 By風文 Views798
    Read More
  10. 재판받는 한글

    Date2021.10.14 By風文 Views800
    Read More
  11. 여보세요?

    Date2023.12.22 By風文 Views801
    Read More
  12.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Date2022.09.18 By風文 Views803
    Read More
  13.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Date2022.09.20 By風文 Views811
    Read More
  14. 귀순과 의거

    Date2022.05.20 By관리자 Views825
    Read More
  15.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Date2022.10.06 By風文 Views830
    Read More
  16. 외국어 선택하기

    Date2022.05.17 By風文 Views832
    Read More
  17.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Date2022.05.25 By風文 Views837
    Read More
  18. 치욕의 언어

    Date2021.09.06 By風文 Views838
    Read More
  19. 거짓말, 말, 아닌 글자

    Date2022.09.19 By風文 Views838
    Read More
  20.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Date2022.09.11 By風文 Views842
    Read More
  21. 산막이 옛길

    Date2023.11.09 By風文 Views850
    Read More
  22.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Date2023.12.30 By風文 Views850
    Read More
  23. 가짜와 인공

    Date2023.12.18 By風文 Views852
    Read More
  24. 불교, 경계를 넘다, 동서남북

    Date2022.08.15 By風文 Views855
    Read More
  25. 아주버님, 처남댁

    Date2024.01.02 By風文 Views859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