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7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끄물끄물’ ‘꾸물꾸물’

반가운 단비가 내렸다. 올 가을 들어 전국적으로 비다운 비가 내린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우리도 이제 물 부족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되었다.

비 때문에 요 며칠 맑은 하늘을 보지 못했다. 자꾸 흐려져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를 ‘끄물끄물’하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끄물끄물’의 발음이 어려워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꾸물꾸물’로 잘못 쓰고 있다. ‘꾸물꾸물’은 매우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 혹은 게으르고 굼뜨게 행동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끄물끄물’과는 뜻이 다르다. 이렇게 기억하면 쉽다. “날씨가 끄물끄물하다고 너까지 꾸물꾸물거리는 거니?”

날씨와 관련해서 자주 혼동하는 말 중에 ‘작열’과 ‘작렬’이 있다. ‘작열하는 태양’이 맞을까? ‘작렬하는 태양’이 맞을까? ‘작열(灼熱)’은 ‘사를 작’에 ‘더울 열’을 써서 ‘뜨겁게 타오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작열하는 태양’ ‘작열하는 사막’과 같이 쓰는 것이 맞다. 비유적으로는 ‘분노가 작열하다’와 같이 쓸 수 있다.

반면에 ‘작렬(炸裂)’은 ‘터질 작’에 ‘찢을 렬’을 써서 ‘터져서 퍼진다’는 뜻이 있다. 포탄이 터지는 것처럼 박수가 터져 나온다거나 경기에서 공격이 연속해서 나올 때 ‘박수가 작렬하다’ ‘골이 작렬하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요즘 방송이나 광고 등에서 ‘ㅇㅇ작렬’이라는 말을 많이 접한다. 매력이 넘칠 때, 혹은 연속해서 실수를 해댈 때 ‘매력 작렬’ ‘실수 작렬’ 등과 같이 쓸 수 있을 것이다. ‘작열’의 발음을 〔자결〕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열’과 ‘작렬’ 모두 발음은 〔장녈〕로 같다.

아무튼 당분간은 맑게 갠 하늘보다 ‘끄물끄물’한 하늘이 더 반가울 것 같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4644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201323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6215
    read more
  4.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Date2022.08.27 By風文 Views1207
    Read More
  5. 언어적 도발, 겨레말큰사전

    Date2022.06.28 By風文 Views1211
    Read More
  6. 올바른 명칭

    Date2022.01.09 By風文 Views1212
    Read More
  7.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Date2022.08.04 By風文 Views1214
    Read More
  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Date2022.05.17 By風文 Views1215
    Read More
  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Date2022.05.12 By風文 Views1216
    Read More
  10.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Date2022.06.07 By風文 Views1217
    Read More
  11. 언어와 인권

    Date2021.10.28 By風文 Views1218
    Read More
  12. 언어의 혁신

    Date2021.10.14 By風文 Views1221
    Read More
  13. 쓰봉

    Date2023.11.16 By風文 Views1221
    Read More
  14.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Date2022.07.13 By風文 Views1222
    Read More
  15.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Date2022.09.21 By風文 Views1222
    Read More
  16. 개헌을 한다면

    Date2021.10.31 By風文 Views1224
    Read More
  17.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Date2022.05.25 By風文 Views1224
    Read More
  18.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Date2022.09.20 By風文 Views1227
    Read More
  19.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Date2022.06.08 By風文 Views1228
    Read More
  20.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Date2022.08.22 By風文 Views1228
    Read More
  21. 소통과 삐딱함

    Date2021.10.30 By風文 Views1230
    Read More
  22. ‘내 부인’이 돼 달라고?

    Date2023.11.01 By風文 Views1231
    Read More
  23.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Date2023.12.30 By風文 Views1233
    Read More
  24. 일고의 가치

    Date2022.01.07 By風文 Views1234
    Read More
  25.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Date2022.06.21 By風文 Views123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