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5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1983년 6월 30일부터 장장 138일간에 걸쳐 5만여 명이 출연한 역사적 방송, 분단이 빚어낸 슬픈 감동의 드라마였다. 삼십 년이 지났지만 이산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금강산에서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을 보며 60년이 넘는 세월도 혈육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다시 느꼈다.

흔히 인연을 얘기할 때 ‘뗄래야 뗄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의 잘못이다. ‘떼려야’는 ‘떼다’의 ‘떼’와 ‘려야’가 결합한 말로 ‘-려야’는 ‘-려고 하여야’가 줄어든 것이다. 즉 ‘떼려고 하여야 뗄 수 없는’이 줄어 ‘떼려야 뗄 수 없는’이 된 것이다. ‘떼’에 ‘ㄹ래야’가 결합한 ‘뗄래야’는 풀어 쓰면 ‘뗄라고 해야’가 되는데 이는 표준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갈래야 갈 수 없는 고향’도 ‘가려야 갈 수 없는 고향’으로 쓰는 것이 맞다. ‘가려야’는 ‘갈라고 해야’가 아니라 ‘가려고 해야’가 줄어든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먹을래야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아니라 ‘먹으려야 먹을 수 없는 음식’, ‘볼래야 볼 수 없는 광경’이 아니라 ‘보려야 볼 수 없는 광경’, ‘할래야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하려야 할 수 없는 일’로 쓰는 것이 맞다.

많은 사람들이 ‘떼려야’가 맞는 표현이라고 해도 ‘뗄래야’가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아마도 입에 익지 않아서일 것이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뗄래야’를 계속 고집한다면 언젠가는 규정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299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4514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3May
    by 風文
    2022/05/23 by 風文
    Views 109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5. No Image 13Feb
    by 관리자
    2022/02/13 by 관리자
    Views 109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6. No Image 16Nov
    by 風文
    2023/11/16 by 風文
    Views 1101 

    부사, 문득

  7. No Image 15Aug
    by 風文
    2022/08/15 by 風文
    Views 1108 

    불교, 경계를 넘다, 동서남북

  8. No Image 17May
    by 風文
    2022/05/17 by 風文
    Views 1110 

    영어 절대평가

  9. No Image 22Dec
    by 風文
    2023/12/22 by 風文
    Views 1112 

    여보세요?

  10. No Image 15Sep
    by 風文
    2021/09/15 by 風文
    Views 1114 

    편견의 어휘

  11. No Image 10Feb
    by 風文
    2022/02/10 by 風文
    Views 111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12. No Image 11Oct
    by 風文
    2022/10/11 by 風文
    Views 1127 

    안녕히, ‘~고 말했다’

  13. No Image 16Aug
    by 風文
    2022/08/16 by 風文
    Views 1133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14. No Image 21Apr
    by 風文
    2023/04/21 by 風文
    Views 1133 

    댄싱 나인 시즌 스리

  15. No Image 09Jan
    by 風文
    2022/01/09 by 風文
    Views 1136 

    올바른 명칭

  16. No Image 07Oct
    by 風文
    2022/10/07 by 風文
    Views 1138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17. No Image 31Oct
    by 風文
    2021/10/31 by 風文
    Views 113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18. No Image 10Feb
    by 風文
    2022/02/10 by 風文
    Views 1139 

    권력의 용어

  19. No Image 10Nov
    by 風文
    2023/11/10 by 風文
    Views 1143 

    이중피동의 쓸모

  20. No Image 27Aug
    by 風文
    2022/08/27 by 風文
    Views 1148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21. No Image 26Jan
    by 風文
    2022/01/26 by 風文
    Views 1155 

    말과 공감 능력

  22. No Image 23Jun
    by 風文
    2022/06/23 by 風文
    Views 1157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23. No Image 18Aug
    by 風文
    2022/08/18 by 風文
    Views 1158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24. No Image 04Aug
    by 風文
    2022/08/04 by 風文
    Views 1161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25. No Image 21Jun
    by 風文
    2022/06/21 by 風文
    Views 1163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