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1.20 20:16

바람을 피다?

조회 수 99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을 피다?

'바람을 피다'는 '바람을 피우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아니하고,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질” 때 흔히 ‘바람을 피우다’라는 표현이 쓰인다. 이와 더불어 “바람을 피다가 걸리다”, “감히 바람을 펴” 등처럼 ‘바람을 피다’라는 표현 또한 널리 쓰이고 있다. ‘바람피지 마’라는 대중가요의 제목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바람을 피다’는 ‘바람을 피우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바람을 피우다’에서 ‘피우다’는 타동사다. 즉, 동작의 대상인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다. 그리하여 이 표현에서는 그 앞의 ‘바람’이 목적어로 쓰인 것이고, ‘바람’에 목적격 조사 ‘을’을 결합하여 그것이 목적어임을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다. 목적어와 서술어가 적절하게 호응하고 있는 표현이다. 반면 ‘바람을 피다’는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 ‘피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인데 그 앞에 ‘바람을’이라는 목적어가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로 ‘담배를 피다’도 잘못된 표현이다. ‘담배를 피다’는 ‘담배를 피우다’로 바꿔 써야 한다.

한편 “밤을 새는 게 버릇이 되다”처럼 ‘밤을 새다’라는 표현도 자주 쓰이고 있는데 이 또한 목적어와 서술어 간의 호응에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새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로서 그 앞에 ‘잠을’이라는 목적어가 쓰일 수 없기 때문이다. ‘새다’ 대신 ‘새우다’를 써서 ‘밤을 새우다’라고 해야 한다.

이처럼 ‘바람을 피우다’나 ‘밤을 새우다’ 대신 ‘바람을 피다’나 ‘밤을 새다’가 널리 쓰이는 것은 그 간결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언어 사용에 대한 무신경이 더 큰 원인이 아닐까? 간략한 표현일지라도 어법을 꼼꼼히 살펴 정확하게 쓰려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126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64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738
3410 단추를 꿰다, 끼우다, 채우다 바람의종 2010.05.31 27466
3409 본때없다, 본데없다, 본떼없다, 본대없다 바람의종 2010.10.18 26972
3408 부화가 치밀다, 부아가 치밀다 / 화병, 홧병 바람의종 2010.05.08 26728
3407 자처하다, 자청하다 바람의종 2012.12.04 26108
3406 자잘못을 가리다 바람의종 2012.12.11 25827
3405 한글 맞춤법 강의 - 박기완 윤영환 2006.09.04 25826
3404 새 학기 단상 윤안젤로 2013.04.19 25807
3403 '받다'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18 25420
3402 모자르다, 모자라다, 모잘라, 모자른, 모잘른 바람의종 2010.06.01 25211
3401 차단스 바람의종 2008.02.19 24842
3400 휘거 風文 2014.12.05 24734
3399 오살할 놈 바람의종 2008.02.29 24469
3398 암닭, 암탉 / 닭 벼슬 바람의종 2010.06.16 24290
3397 간판 문맹 風文 2014.12.30 24257
3396 맞벌이, 외벌이, 홑벌이 바람의종 2012.11.23 24180
3395 앎, 알음, 만듬/만듦, 베품/베풂 바람의종 2012.01.08 24151
3394 온몸이 노근하고 찌뿌둥하다 바람의종 2012.12.12 24130
3393 나, 본인, 저 윤안젤로 2013.04.03 24105
3392 레스쿨제라블, 나발질 風文 2014.12.29 24085
3391 피랍되다 바람의종 2012.12.21 23940
3390 박물관은 살아있다 2 바람의종 2012.12.10 23785
3389 늘그막, 늙으막 / 늑수그레하다, 늙수그레하다 바람의종 2010.04.02 2360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