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01.20 20:16

바람을 피다?

조회 수 9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을 피다?

'바람을 피다'는 '바람을 피우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아니하고,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질” 때 흔히 ‘바람을 피우다’라는 표현이 쓰인다. 이와 더불어 “바람을 피다가 걸리다”, “감히 바람을 펴” 등처럼 ‘바람을 피다’라는 표현 또한 널리 쓰이고 있다. ‘바람피지 마’라는 대중가요의 제목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바람을 피다’는 ‘바람을 피우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바람을 피우다’에서 ‘피우다’는 타동사다. 즉, 동작의 대상인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다. 그리하여 이 표현에서는 그 앞의 ‘바람’이 목적어로 쓰인 것이고, ‘바람’에 목적격 조사 ‘을’을 결합하여 그것이 목적어임을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다. 목적어와 서술어가 적절하게 호응하고 있는 표현이다. 반면 ‘바람을 피다’는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 ‘피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인데 그 앞에 ‘바람을’이라는 목적어가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로 ‘담배를 피다’도 잘못된 표현이다. ‘담배를 피다’는 ‘담배를 피우다’로 바꿔 써야 한다.

한편 “밤을 새는 게 버릇이 되다”처럼 ‘밤을 새다’라는 표현도 자주 쓰이고 있는데 이 또한 목적어와 서술어 간의 호응에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새다’는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 자동사로서 그 앞에 ‘잠을’이라는 목적어가 쓰일 수 없기 때문이다. ‘새다’ 대신 ‘새우다’를 써서 ‘밤을 새우다’라고 해야 한다.

이처럼 ‘바람을 피우다’나 ‘밤을 새우다’ 대신 ‘바람을 피다’나 ‘밤을 새다’가 널리 쓰이는 것은 그 간결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언어 사용에 대한 무신경이 더 큰 원인이 아닐까? 간략한 표현일지라도 어법을 꼼꼼히 살펴 정확하게 쓰려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43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98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864
3430 한글 맞춤법 강의 - 박기완 윤영환 2006.09.04 25766
3429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들 風磬 2006.09.07 15780
3428 맞고요, 맞구요 風磬 2006.09.09 16205
3427 에요, 예요 風磬 2006.09.09 19631
3426 요, 오 風磬 2006.09.09 19911
3425 개개다(개기다) 風磬 2006.09.13 15707
3424 개차반 風磬 2006.09.14 15811
3423 겻불 風磬 2006.09.14 15713
3422 괴발개발(개발새발) 風磬 2006.09.14 20824
3421 게거품 風磬 2006.09.14 19155
3420 고명딸 風磬 2006.09.16 15342
3419 고뿔 風磬 2006.09.16 15182
3418 고수레 風磬 2006.09.18 20246
3417 고주망태 風磬 2006.09.21 13986
3416 곤죽 風磬 2006.09.29 12105
3415 괄괄하다 風磬 2006.09.29 14208
3414 구년묵이(구닥다리) 風磬 2006.10.10 14822
3413 꼬투리 風磬 2006.10.10 13408
3412 나리 風磬 2006.10.10 16640
3411 남세스럽다 風磬 2006.10.30 1084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