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79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지난 한글날에는 가수 김태원이 작사ㆍ작곡한 우리말 사랑 노래가 아나운서들의 합창으로 처음 공개되었다. 방송에서는 노래를 만든 동기와 과정이 함께 소개됐는데, 그 중 노래 가사와 관련한 일화가 눈길을 끌었다. ‘날아가는 새들의 노래가 되고’라는 가사가 있는데, 처음에는 ‘날으는 새’였다고 한다. 그러나 ‘날으는’은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아나운서들의 지적에 따라 ‘나는 새’로 하였다가, 가락에 맞추어 다시 ‘날아가는 새’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날으는 원더우먼’(옛날 TV 프로그램 제목), ‘날으는 돼지’(만화영화 제목), ‘세상 속을 날으는 우리 두 사람’(노래 가사) 등 ‘날으는’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는’이 올바른 표현이다.

‘날다, ‘놀다, 살다’ 등 어간이 ‘ㄹ’ 받침으로 끝나는 동사나 형용사는 ‘ㄴ’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받침의 ‘ㄹ’이 탈락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놀이터에서 놀으는 아이’ 대신 ‘노는 아이’라고 하거나 ‘우리 동네에 살으는 사람’ 대신 ‘사는 사람’이라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다. 속담에 ‘난다 긴다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같은 말들이 있는데, 여기서도 ‘날은다, 날으는’ 대신 ‘난다, 나는’을 쓰고 있다.

‘날다’뿐 아니라 ‘거칠다, 녹슬다, 낯설다’ 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노래 가사 에 나오는 ‘거칠은 들판’, ‘녹슬은 기찻길’, ‘낯설은 타향’ 등은 모두 ‘거친 들판’, ‘녹슨 기찻길’, ‘낯선 타향’으로 해야 한다. 노래 가사나 영화 제목 등은 한번 정해지고 나면 잘못된 표현이라도 바꾸기가 쉽지 않다. 한글날을 맞아 특별히 만들어진 ‘우리말 사랑 노래’가 잘못된 가사 없이 나오게 되어 다행스럽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86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42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400
180 한 가닥 하다 바람의종 2009.12.14 10535
179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287
178 한 손 바람의종 2007.04.02 10906
177 한(限) 바람의종 2010.06.01 11963
176 한강과 사평 바람의종 2008.06.05 7684
175 한거 가 가라! file 바람의종 2009.09.01 6516
174 한계와 한도 바람의종 2011.12.30 8464
173 한국어의 위상 風文 2022.05.11 1549
172 한글 바람의종 2010.07.19 8648
171 한글 맞춤법 강의 - 박기완 윤영환 2006.09.04 26232
170 한글과 우리말 바람의종 2008.02.19 7367
169 한글로 번역한다? 바람의종 2009.12.18 9694
168 한글박물관 / 월식 風文 2020.06.09 1685
167 한글의 약점, 가로쓰기 신문 風文 2022.06.24 1439
166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376
165 한나절, 반나절, 한겻 바람의종 2008.11.23 10060
164 한내와 가린내 바람의종 2008.04.05 9364
163 한눈팔다 바람의종 2007.04.02 12204
162 한라산과 두무산 바람의종 2008.03.04 9564
161 한량 바람의종 2007.09.12 8537
160 한마음 / 한 마음 바람의종 2011.11.27 13106
159 한머사니 먹었수다! 바람의종 2009.09.18 739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