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92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고세’와 ‘푸르지오’

우리 집 근처엔 ‘이고세’라는 음식점과 ‘푸르지오’라는 아파트가 있다. 이들은 각각 상호와 상품명에 우리말을 활용한 것으로서 아주 특기할 만하다. 그러나 둘 다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이고세’는 ‘이 곳에’를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을 상호로 쓴 것이다.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우리말을 한글 맞춤법에 따르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 둘 간에는 출발 지점이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빠르게 적기 위해서 그런 데 반해, ‘이고세’는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견과류 관련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머거본’이라는 상호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먹어 본’을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머거본’을 그 상호로 쓴 것이다.

다음으로 ‘푸르지오’는 한글 표기상으론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푸르지오’의 영문 표기가 ‘Prugio’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또한 얼마간 문제가 있다. ‘푸르지오’가 우리말의 형용사 ‘푸르-’를 활용한 것이라면 그 영문 표기는 ‘Pureujio’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ureujio’라 하지 않고 ‘Prugio’라 한 것은 군말할 필요도 없이 외국어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상호, 상품명 등에 우리말을 활용하는 것은 크게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현재보다 훨씬 더 우리말을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상호, 상품명 등의 대부분이 외국어로 도배돼 있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고세’, ‘푸르지오’ 등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또한 외국어로 가장되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1284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2761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2May
    by 風文
    2022/05/12 by 風文
    Views 894 

    영어의 힘

  5. No Image 27Aug
    by 風文
    2022/08/27 by 風文
    Views 894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6. No Image 01Jun
    by 風文
    2022/06/01 by 風文
    Views 895 

    경평 축구, 말과 동작

  7. No Image 28Oct
    by 風文
    2021/10/28 by 風文
    Views 896 

    언어와 인권

  8. No Image 29Jun
    by 風文
    2022/06/29 by 風文
    Views 902 

    주시경, 대칭적 소통

  9. No Image 13Apr
    by 風文
    2023/04/13 by 風文
    Views 902 

    '김'의 예언

  10. No Image 04Jan
    by 風文
    2024/01/04 by 風文
    Views 902 

    ‘폭팔’과 ‘망말’

  11. No Image 26Jun
    by 風文
    2022/06/26 by 風文
    Views 904 

    물타기 어휘, 개념 경쟁

  12. No Image 21Sep
    by 風文
    2022/09/21 by 風文
    Views 904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13. No Image 28Dec
    by 風文
    2023/12/28 by 風文
    Views 904 

    한소끔과 한 움큼

  14. No Image 28Jul
    by 風文
    2022/07/28 by 風文
    Views 905 

    애정하다, 예쁜 말은 없다

  15. No Image 09May
    by 風文
    2022/05/09 by 風文
    Views 906 

    인종 구분

  16. No Image 14Jun
    by 風文
    2022/06/14 by 風文
    Views 908 

    동무 생각, 마실 외교

  17. No Image 25Jan
    by 風文
    2022/01/25 by 風文
    Views 909 

    연말용 상투어

  18. No Image 29Aug
    by 風文
    2022/08/29 by 風文
    Views 911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19. No Image 21Jun
    by 風文
    2022/06/21 by 風文
    Views 912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20. No Image 24Feb
    by 風文
    2022/02/24 by 風文
    Views 913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21.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916 

    대명사의 탈출

  22. No Image 23Jun
    by 風文
    2022/06/23 by 風文
    Views 916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23. No Image 13Jul
    by 風文
    2022/07/13 by 風文
    Views 917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24. No Image 05Sep
    by 風文
    2022/09/05 by 風文
    Views 917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25. No Image 01Feb
    by 風文
    2022/02/01 by 風文
    Views 918 

    순직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