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7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 주신 내외빈 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며칠 전 참석한 행사에서 사회자가 한 말이다. 흠 잡을 데 없는 인사말 같지만 두 군데나 잘못이 있다.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모른 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을 무작정 따라 하다 보니 잘못된 표현이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와중’의 ‘와(渦)’는 ‘소용돌이’를 뜻한다. 소용돌이는 물이 빙빙 돌면서 흐르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비유적으로는 힘이나 사상, 감정 따위가 요란스럽게 뒤엉킨 상황을 나타낸다. 여기서 나온 ‘와중에’라는 말은 일이나 사건 따위가 복잡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할 때 쓴다. 국어사전에는 ‘많은 사람이 전란의 와중에 가족을 잃었다.’는 문장이 전형적인 용례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니까 ‘와중에’라는 말은 전란이나 산불, 홍수 같이 큰일이 나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뒤엉킨 상황에 적합한 말이다.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조금 분주한 상황에서는 ‘와중에’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위의 인사말은 그냥 ‘바쁘신 중에’라고만 해도 충분하다.

‘내외빈’도 한자를 잘못 유추해서 만들어 낸 말이다. 안팎에서 오신 손님들을 아울러 이르는 ‘내외빈’이란 단어는 우리말에 없다. ‘내빈’은 ‘모임에 공식적으로 초대 받아 온 손님’을 뜻하는 말로, 한자로는 ‘올 래(來)’ 자를 쓴다. 이것을 ‘안 내(內)’ 자로 오해해서 ‘내외빈’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외빈’이란 말은 있지만 이것은 외부에서 온 손님, 특히 외국에서 온 손님을 특별히 이르는 말이다. 손님은 대개 외부에서 오게 마련이므로 내부 손님만을 따로 가리키는 ‘내빈’이라는 말은 없다. 오신 손님들을 모두 아우르는 ‘내빈(來賓)’을 사용해서 ‘내빈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하면 된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1305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7667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2764
    read more
  4. 가 삘다

    Date2009.07.22 By바람의종 Views5666
    Read More
  5. 龜의 독음

    Date2012.11.05 By바람의종 Views8566
    Read More
  6. 鬱陶項(울돌목) / 공짜 언어

    Date2020.07.05 By風文 Views1959
    Read More
  7. 良衣·거리쇠

    Date2008.06.27 By바람의종 Views7172
    Read More
  8. 美國 - 米國 / 3M

    Date2020.06.08 By風文 Views1497
    Read More
  9. ㅂ불규칙 활용

    Date2010.04.23 By바람의종 Views11544
    Read More
  10. ㄹ는지

    Date2010.03.07 By바람의종 Views8871
    Read More
  11. ○○노조

    Date2022.12.26 By風文 Views999
    Read More
  12. “힘 빼”, 작은, 하찮은

    Date2022.10.26 By風文 Views1044
    Read More
  13.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Date2022.12.02 By風文 Views1133
    Read More
  14.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Date2023.12.30 By風文 Views765
    Read More
  15. “영수증 받으실게요”

    Date2024.01.16 By風文 Views1035
    Read More
  16. “돈이 남으십니다”

    Date2010.10.11 By바람의종 Views6466
    Read More
  17. “김”

    Date2023.03.06 By風文 Views1336
    Read More
  18.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Date2008.03.16 By바람의종 Views5435
    Read More
  19. ‘하므로’와 ‘함으로’

    Date2009.12.04 By바람의종 Views9412
    Read More
  20. ‘폭팔’과 ‘망말’

    Date2024.01.04 By風文 Views902
    Read More
  21. ‘평어’를 쓰기로 함, 심심하다

    Date2022.11.23 By風文 Views1506
    Read More
  22. ‘팜므파말’

    Date2011.12.22 By바람의종 Views13290
    Read More
  23. ‘파바’와 ‘롯리’

    Date2023.06.16 By風文 Views934
    Read More
  24. ‘통장을 부르다’와 ‘시끄럽다’

    Date2010.04.30 By바람의종 Views1209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