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21 15:15

장녀, 외딸, 고명딸

조회 수 6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녀, 외딸, 고명딸

엊그제 청첩장을 하나 받았다. 신부의 부모는 제 짝을 찾아 떠나는 딸이 대견하다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에게 몇 마디 덕담을 건네고 돌아와 청첩장을 펴 보았다. 분명 일남일녀를 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부는 ○○○의 ‘장녀’로 표시돼 있었다. 남동생이 있긴 하지만 하나뿐인 딸인데, 그럴 때도 장녀라는 말을 쓰나?

‘장녀’는 ‘큰딸, 맏딸’과 같은 말로 딸이 둘 이상 있을 때 그 중 맏이가 되는, 첫째 딸을 가리킨다. 이 말은 ‘차녀’, ‘삼녀’ 등과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여동생이 있을 때만 쓸 수 있는 말이다. ‘장남’도 마찬가지로 외아들인 경우에는 쓰지 않고, 남동생이 있을 때만 쓴다. 그렇다고 청첩장에 ‘외딸, 외아들’이라고 쓰기는 꺼려진다. ‘표준언어예절’에서는 이런 경우에 그냥 ‘딸’이나 ‘아들’로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나뿐인 딸을 가리키는 말은 ‘외딸’ 또는 ‘외동딸’이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무남독녀, 즉 다른 형제나 자매가 없이 단 하나뿐인 딸을 가리킬 때도 있고, 남자 형제는 있지만 딸로서는 하나밖에 없을 때도 쓴다.

아들이 여럿 있는 집의 외딸은 특별히 ‘고명딸’이라고 한다. 어떤 지방에서는 ‘양념딸’이라고도 한다. 음식에 맛을 더하고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는 고명처럼 여러 아들 사이에 예쁘게 얹혀 있어 더욱 사랑스러운 딸이라는 뜻이다. 언뜻 딸을 매우 귀히 여기는 말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딸은 양념이나 고명처럼 구색 갖추기로 하나 정도만 끼어 있어야 좋다는 속뜻이 담겨있다. 반대로 딸이 여럿 있는 집의 외아들을 가리켜 ‘고명아들’이라고 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딸이 많을수록 좋다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8033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4545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199433
    read more
  4. 상석

    Date2023.12.05 By風文 Views781
    Read More
  5. 드라이브 스루

    Date2023.12.05 By風文 Views989
    Read More
  6. '넓다'와 '밟다'

    Date2023.12.06 By風文 Views971
    Read More
  7. 가짜와 인공

    Date2023.12.18 By風文 Views636
    Read More
  8. 어떤 반성문

    Date2023.12.20 By風文 Views600
    Read More
  9. 장녀, 외딸, 고명딸

    Date2023.12.21 By風文 Views654
    Read More
  10. 여보세요?

    Date2023.12.22 By風文 Views663
    Read More
  11. '-시키다’

    Date2023.12.22 By風文 Views676
    Read More
  12. 한소끔과 한 움큼

    Date2023.12.28 By風文 Views724
    Read More
  13. ‘며칠’과 ‘몇 일’

    Date2023.12.28 By風文 Views699
    Read More
  14. ‘~스런’

    Date2023.12.29 By風文 Views727
    Read More
  15. 뒤치다꺼리

    Date2023.12.29 By風文 Views728
    Read More
  16.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Date2023.12.30 By風文 Views676
    Read More
  17. ‘이고세’와 ‘푸르지오’

    Date2023.12.30 By風文 Views825
    Read More
  18. 한 두름, 한 손

    Date2024.01.02 By風文 Views649
    Read More
  19. 아주버님, 처남댁

    Date2024.01.02 By風文 Views656
    Read More
  20. 내일러

    Date2024.01.03 By風文 Views655
    Read More
  21. 있다가, 이따가

    Date2024.01.03 By風文 Views865
    Read More
  22. ‘폭팔’과 ‘망말’

    Date2024.01.04 By風文 Views792
    Read More
  23.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Date2024.01.04 By風文 Views851
    Read More
  24. 북한의 ‘한글날’

    Date2024.01.06 By風文 Views846
    Read More
  25.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Date2024.01.06 By風文 Views85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