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2.21 15:15

장녀, 외딸, 고명딸

조회 수 130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녀, 외딸, 고명딸

엊그제 청첩장을 하나 받았다. 신부의 부모는 제 짝을 찾아 떠나는 딸이 대견하다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에게 몇 마디 덕담을 건네고 돌아와 청첩장을 펴 보았다. 분명 일남일녀를 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부는 ○○○의 ‘장녀’로 표시돼 있었다. 남동생이 있긴 하지만 하나뿐인 딸인데, 그럴 때도 장녀라는 말을 쓰나?

‘장녀’는 ‘큰딸, 맏딸’과 같은 말로 딸이 둘 이상 있을 때 그 중 맏이가 되는, 첫째 딸을 가리킨다. 이 말은 ‘차녀’, ‘삼녀’ 등과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여동생이 있을 때만 쓸 수 있는 말이다. ‘장남’도 마찬가지로 외아들인 경우에는 쓰지 않고, 남동생이 있을 때만 쓴다. 그렇다고 청첩장에 ‘외딸, 외아들’이라고 쓰기는 꺼려진다. ‘표준언어예절’에서는 이런 경우에 그냥 ‘딸’이나 ‘아들’로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나뿐인 딸을 가리키는 말은 ‘외딸’ 또는 ‘외동딸’이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무남독녀, 즉 다른 형제나 자매가 없이 단 하나뿐인 딸을 가리킬 때도 있고, 남자 형제는 있지만 딸로서는 하나밖에 없을 때도 쓴다.

아들이 여럿 있는 집의 외딸은 특별히 ‘고명딸’이라고 한다. 어떤 지방에서는 ‘양념딸’이라고도 한다. 음식에 맛을 더하고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는 고명처럼 여러 아들 사이에 예쁘게 얹혀 있어 더욱 사랑스러운 딸이라는 뜻이다. 언뜻 딸을 매우 귀히 여기는 말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딸은 양념이나 고명처럼 구색 갖추기로 하나 정도만 끼어 있어야 좋다는 속뜻이 담겨있다. 반대로 딸이 여럿 있는 집의 외아들을 가리켜 ‘고명아들’이라고 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딸이 많을수록 좋다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5070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6616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4Oct
    by 風文
    2021/10/14 by 風文
    Views 995 

    재판받는 한글

  5.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986 

    악담의 악순환

  6. No Image 02Sep
    by 風文
    2021/09/02 by 風文
    Views 969 

    언어 경찰

  7.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956 

    고령화와 언어

  8. No Image 05Sep
    by 風文
    2021/09/05 by 風文
    Views 954 

    선교와 압박

  9.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941 

    상투적인 반성

  10. No Image 05Sep
    by 風文
    2021/09/05 by 風文
    Views 927 

    또 다른 이름

  11. No Image 10Oct
    by 風文
    2021/10/10 by 風文
    Views 927 

    어버이들

  12.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885 

    군인의 말투

  13.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884 

    정치인들의 말

  14. No Image 08Oct
    by 風文
    2021/10/08 by 風文
    Views 872 

    공공 재산, 전화

  15. No Image 05May
    by 風文
    2020/05/05 by 風文
    Views 871 

    아무 - 누구

  16. No Image 10Sep
    by 風文
    2021/09/10 by 風文
    Views 858 

    법률과 애국

  17. No Image 07Sep
    by 風文
    2021/09/07 by 風文
    Views 856 

    또 다른 공용어

  18. No Image 13Sep
    by 風文
    2021/09/13 by 風文
    Views 846 

    언어적 주도력

  19. No Image 14Sep
    by 風文
    2021/09/14 by 風文
    Views 832 

    무제한 발언권

  20. No Image 03Sep
    by 風文
    2021/09/03 by 風文
    Views 816 

    잡담의 가치

  21. No Image 13Oct
    by 風文
    2021/10/13 by 風文
    Views 806 

    말의 권모술수

  22.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804 

    서거, 별세, 타계

  23.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775 

    ‘수놈’과 ‘숫놈’

  24. No Image 10May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704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25. No Image 10May
    by 風文
    2024/05/10 by 風文
    Views 637 

    주책이다/ 주책없다,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못하다, 칠칠하다/칠칠치 못하다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