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4 11:18

‘개덥다’고?

조회 수 11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덥다’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날씨를 일러 젊은이들은 ‘개덥다’고 한다. ‘아주 덥다’는 뜻이다. ‘개(-)’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9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카피에서 ‘개고생’은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을 뜻하는 말인데, 실질적으로는 비속어에 가깝다. 이때의 ‘개-’는 ‘개수작’, ‘개망신’, ‘개지랄’ 등처럼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주로 ‘수작’, ‘망신’, ‘지랄’ 등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몇몇 말(명사) 앞에 붙는다.

이 광고 이후로 ‘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개이익’처럼 명사뿐만 아니라 ‘개덥다’, ‘개싫다’, ‘개예쁘다’, ‘개웃기다’ 등처럼 동사, 형용사 앞에도 ‘개’를 붙여 쓰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때의 ‘개덥다’의 ‘개’는 ‘개고생’의 ‘개’와는 크게 다르다. 게다가 ‘개고생’의 ‘개’가 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 어울리는 데 반해, ‘개덥다’의 ‘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도 어울릴 수 있다. ‘개덥다’의 ‘개’는 현재 유행어로서, 표준어가 아니다.

내 제자들도 스스럼없이 ‘개덥다’, ‘개웃기다’ 등의 ‘개’를 남발한다. 그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나에게 ‘개(-)’는 비속어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이 아무 때나 이런 유행어를 남발하는 게 부적절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 또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60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17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101
242 까치발 風文 2023.11.20 1025
241 주현씨가 말했다 風文 2023.11.21 1021
240 24시 / 지지지난 風文 2020.05.16 1020
239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1018
238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1017
237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017
236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風文 2022.07.22 1016
235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015
234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013
233 말의 미혹 風文 2021.10.30 1012
232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風文 2022.09.24 1012
231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011
230 예민한 ‘분’ 風文 2023.05.29 1010
229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003
228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001
227 영어 공용어화 風文 2022.05.12 999
226 ‘이’와 ‘히’ 風文 2023.05.26 998
225 난민과 탈북자 風文 2021.10.28 996
224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995
223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995
222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995
221 저리다 / 절이다 風文 2023.11.15 99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