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4 11:18

‘개덥다’고?

조회 수 106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덥다’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날씨를 일러 젊은이들은 ‘개덥다’고 한다. ‘아주 덥다’는 뜻이다. ‘개(-)’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9년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광고 카피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카피에서 ‘개고생’은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을 뜻하는 말인데, 실질적으로는 비속어에 가깝다. 이때의 ‘개-’는 ‘개수작’, ‘개망신’, ‘개지랄’ 등처럼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해 주는 말이다. 주로 ‘수작’, ‘망신’, ‘지랄’ 등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몇몇 말(명사) 앞에 붙는다.

이 광고 이후로 ‘개(-)’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개이익’처럼 명사뿐만 아니라 ‘개덥다’, ‘개싫다’, ‘개예쁘다’, ‘개웃기다’ 등처럼 동사, 형용사 앞에도 ‘개’를 붙여 쓰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때의 ‘개덥다’의 ‘개’는 ‘개고생’의 ‘개’와는 크게 다르다. 게다가 ‘개고생’의 ‘개’가 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 어울리는 데 반해, ‘개덥다’의 ‘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과도 어울릴 수 있다. ‘개덥다’의 ‘개’는 현재 유행어로서, 표준어가 아니다.

내 제자들도 스스럼없이 ‘개덥다’, ‘개웃기다’ 등의 ‘개’를 남발한다. 그때마다 불편함을 느낀다. 나에게 ‘개(-)’는 비속어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다 큰 어른이 아무 때나 이런 유행어를 남발하는 게 부적절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여 또 어쩔 수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896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54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418
3410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風文 2022.09.20 679
3409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683
3408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684
3407 내일러 風文 2024.01.03 687
3406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688
3405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688
3404 아주버님, 처남댁 風文 2024.01.02 688
3403 막장 발언, 연변의 인사말 風文 2022.05.25 689
3402 장녀, 외딸, 고명딸 風文 2023.12.21 691
3401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692
3400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693
3399 '-시키다’ 風文 2023.12.22 700
3398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704
3397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705
3396 고령화와 언어 風文 2021.10.13 716
3395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717
339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718
3393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719
3392 또 다른 이름 風文 2021.09.05 720
3391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721
3390 “이 와중에 참석해 주신 내외빈께” 風文 2023.12.30 722
3389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72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