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2 10:26

'밖에'의 띄어쓰기

조회 수 102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밖에'의 띄어쓰기

주말 저녁, 외국의 어느 섬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TV로 보고 있었다. 한 소녀가 뭐라고 말을 하자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요.’라는 자막이 나타났다. 얼른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다면 ‘이 안에’ 있단 말인가?

물론 그런 뜻이 아니다. 병든 부모님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 학교에도 못 가고 물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곧 펼쳐졌다. 그렇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요.’라고 해야 한다. 둘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띄어쓰기 차이다. ‘밖에’를 앞 말과 띄어 쓸 때와 붙여 쓸 때는 의미가 달라진다.

앞 말과 띄어 쓰는 ‘밖에’는 명사 ‘밖’에 조사 ‘에’가 결합된 것으로, 일정한 범위나 한계 바깥을 의미한다. 이 ‘밖에’는 ‘안에’의 반대말이므로 ‘창 밖에 비가 내린다’는 말은 ‘창 안쪽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고 ‘문 밖에 누가 왔다’는 ‘문 안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때 ‘밖’은 ‘안’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명사이므로 앞 말과 띄어 쓴다. 물론 다른 말이 앞에 나올 필요 없이 단독으로도 쓰인다. ‘밖에 오래 서 있었더니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가 그런 예이다.

이와 달리 항상 앞 말에 붙여 써야 하는 ‘밖에’는 ‘그것 말고는’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다. 뒤에는 반드시 부정적 뜻을 지닌 말이 온다. ‘동생이 하나밖에 없다’든가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처럼 쓴다. ‘동생이 하나밖에 있다’든가 ‘돈밖에 아는 구두쇠’ 같이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말과는 함께 어울리지 않는다.

위에 예로 든 TV 자막의 ‘밖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있다’로 바꾸어서는 문장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앞 말과 붙여 쓰는 조사임을 알 수 있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1443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7810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2941
    read more
  4. '작' 띄어쓰기

    Date2009.10.01 By바람의종 Views10493
    Read More
  5. '자처'와 '자청'

    Date2011.05.01 By바람의종 Views9071
    Read More
  6. '이/가' '을/를'

    Date2009.03.27 By바람의종 Views5507
    Read More
  7. '이' '히' 거참 헷갈리네

    Date2008.07.03 By바람의종 Views6985
    Read More
  8. '우레'가 운다

    Date2008.05.25 By바람의종 Views7769
    Read More
  9. '연륙교'의 발음은?

    Date2012.01.06 By바람의종 Views10676
    Read More
  10.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中)

    Date2008.06.22 By바람의종 Views5419
    Read More
  11.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下)

    Date2008.06.23 By바람의종 Views5912
    Read More
  12. '여부' 의 사용을 줄이자(上)

    Date2008.06.21 By바람의종 Views6775
    Read More
  13. '아' 다르고 '어' 다르다

    Date2008.04.22 By바람의종 Views9745
    Read More
  14. '식해(食)'와 '식혜(食醯)'

    Date2009.02.22 By바람의종 Views7503
    Read More
  15. '숫'을 쓰는 동물

    Date2012.09.25 By바람의종 Views9962
    Read More
  16. '상(上)' 띄어쓰기

    Date2012.06.13 By바람의종 Views10143
    Read More
  17. '사과'의 참뜻 / 사람의 짓

    Date2020.07.14 By風文 Views1950
    Read More
  18. '붓'의 어원

    Date2023.08.18 By風文 Views1350
    Read More
  19. '받다' 띄어쓰기

    Date2009.09.18 By바람의종 Views25420
    Read More
  20. '밖에'의 띄어쓰기

    Date2023.11.22 By風文 Views1029
    Read More
  21. '밖에' 띄어쓰기

    Date2009.07.16 By바람의종 Views10899
    Read More
  22. '바치다'와 '받치다'

    Date2023.01.04 By風文 Views1051
    Read More
  23. '미망인'이란 말

    Date2021.09.10 By風文 Views725
    Read More
  24. '명문'이라는 이름 / 가족의 의미

    Date2020.07.16 By風文 Views2379
    Read More
  25. '매우''아주''몹시'

    Date2008.05.01 By바람의종 Views769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