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20 10:22

‘가오’와 ‘간지’

조회 수 9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오’와 ‘간지’

최근 베테랑 형사와 안하무인이며 후안무치인 재벌 3세의 대결을 그린 액션 영화를 봤다. 그런데 영화 한 장면에서 형사가 ‘가오’란 말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써서 많은 관객을 웃겼다. ‘가오’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들여와 쓰이기 시작한 말로, 일본어 ‘가오(かおㆍ顔)’에서 유래한다. 광복 이후 이 말을 ‘얼굴’ 또는 ‘체면’으로 순화해 쓰도록 했고, 그 결과 공적인 언어 상황에서는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사적인 언어 상황에서는 여전히 ‘가오’가 널리 쓰이고 있다. 주로 ‘가오(가) 서다’, ‘가오(를) 잡다’ 등의 형식으로 쓰인다. 이때의 ‘가오’는 ‘얼굴’ 또는 ‘체면’과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사람들 대부분은 이 말을 ‘허세’, ‘개폼’ 등의 의미에 더 가까운 비속어로 인식한다.

‘가오’처럼 사적인 언어 상황에서 널리 쓰이는 일본어로 ‘간지’를 하나 더 들 수 있다. ‘간지(かんじㆍ感じ)’ 또한 일제 강점기 때부터 쓰이기 시작한 일본어로, 광복 이후 ‘느낌’으로 순화해 쓰도록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방송이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간지 스타일’, ‘간지 아이템’ 등이나 ‘간지(가) 나다’의 형식으로 ‘간지’가 부활(?)하여 등으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간지’가 ‘느낌’보다 더 그럴듯한 의미를 갖는 말로 인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때부터 쓰이기 시작한 일본어 잔재의 대부분은 현재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몇몇 일본어는 사적인 언어 상황에서 우리말로 둔갑하여 여전히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널리 쓰이다 보니 우리말보다 더 친숙하게 여겨질 때도 있다. 광복절을 맞아 일상적으로 쓰는 말 가운데 일본어 잔재가 남아 있는 건 아닌지 한번 돌아보면 좋겠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39244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85764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0662
    read more
  4. ‘-데’와 ‘-대’, 정확한 표현

    Date2023.06.17 By風文 Views1261
    Read More
  5. ‘-데’와 ‘-대’의 구별

    Date2010.01.10 By바람의종 Views10159
    Read More
  6. ‘-도록 하다’

    Date2008.09.04 By바람의종 Views5082
    Read More
  7. ‘-든지’는 선택,‘-던지’는 회상

    Date2010.03.17 By바람의종 Views12200
    Read More
  8. ‘-빼기’가 붙는 말

    Date2010.01.18 By바람의종 Views8359
    Read More
  9. ‘-어하다’

    Date2010.05.07 By바람의종 Views10744
    Read More
  10. ‘-율’과 ‘-률’

    Date2010.04.18 By바람의종 Views13029
    Read More
  11. ‘-이’와 ‘-히’의 구별

    Date2010.08.11 By바람의종 Views9974
    Read More
  12. ‘-째’와 ‘채’

    Date2010.01.26 By바람의종 Views8633
    Read More
  13. ‘100만여원’과 ‘100여만원’

    Date2010.03.30 By바람의종 Views12333
    Read More
  14. ‘Mac-,Mc-’의 한글 표기

    Date2010.03.03 By바람의종 Views11133
    Read More
  15.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Date2024.05.10 By風文 Views87
    Read More
  16.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Date2022.10.12 By風文 Views1107
    Read More
  17. ‘~스런’

    Date2023.12.29 By風文 Views785
    Read More
  18. ‘○○○ 의원입니다’ / ‘영업시운전’

    Date2020.06.22 By風文 Views1764
    Read More
  19. ‘ㄱ’과 ‘ㅂ’ 뒤의 된소리

    Date2010.05.17 By바람의종 Views12473
    Read More
  20. ‘ㄹ’의 탈락

    Date2010.07.26 By바람의종 Views10505
    Read More
  21. ‘가녁’과 ‘쏘다’

    Date2010.05.12 By바람의종 Views13583
    Read More
  22. ‘가로뜨다’와 ‘소행’

    Date2010.07.09 By바람의종 Views14463
    Read More
  23. ‘가오’와 ‘간지’

    Date2023.11.20 By風文 Views961
    Read More
  24. ‘강시울’과 ‘뒤매’

    Date2010.06.20 By바람의종 Views13283
    Read More
  25. ‘강한 바람’만인가?

    Date2007.10.27 By바람의종 Views683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