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15 06:24

후텁지근한

조회 수 102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후텁지근한

말복이 코앞이다. 올해 중복(7월 23일)에서 말복(8월 12일)까지의 간격은 20일로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늦게 말복이 오는 셈이다. 중복에서 말복이 달을 넘기는 월복(越伏) 때문인지 더위가 꺾일 줄을 모른다.

중동에서 온 사람에게 그렇게 더운 곳에서 어찌 사느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해서 오히려 한국의 끈끈한 여름 날씨가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이렇듯 온도와 습도가 함께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무더위’라고 한다. 무척 심한 더위가 무더위가 아니냐고 하는 사람을 보고 웃었던 적이 있다. 우스갯소리였지만 실제로 젊은 세대들은 그렇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무더위’의 ‘무’는 ‘물’에서 온 말이다.

요즘 같은 극심한 더위를 ‘불볕더위’라고 한다. ‘햇볕이 몹시 뜨겁게 내리쬘 때의 더위’를 말하는데 ‘불볕더위’라는 말 대신 요즘은 ‘폭염(暴炎)’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같은 뜻이라도 한자어를 쓰면 훨씬 센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폭염(暴炎), 폭서(暴暑), 혹서(酷暑)에 비하면 ‘불볕더위’는 정겹게 들린다. 말이 세져서 더위도 점점 사나워지는 건 아닐까?

더위와 관련해서 하나 더 보탠다. “‘후텁지근하다’가 맞아요? ‘후덥지근하다’가 맞아요?”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둘 다 맞다. 그런데 요즘의 날씨를 말하려 했다면 ‘후텁지근하다’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후텁지근하다’는 ‘불쾌할 정도로 끈끈하고 무더운 기운이 있다’는 뜻으로 온도와 습도가 높은 것을 모두 포함한다. 반면에 ‘후덥지근하다’는 ‘열기 때문에 답답할 정도로 더운 느낌이 있다’는 뜻으로 온도가 높은 경우에만 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14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72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714
3344 죄다, 죄여, 조이다, 조여 바람의종 2010.06.20 19377
3343 배부, 배포 바람의종 2012.03.05 19200
3342 널브러지다, 널부러지다, 너부러지다 바람의종 2010.06.16 19182
3341 게거품 風磬 2006.09.14 19178
3340 알콩달콩, 오순도순, 아기자기, 오밀조밀 바람의종 2009.03.08 19170
3339 볼장 다보다 바람의종 2008.01.13 19150
3338 폭탄주! 말지 말자. 바람의종 2012.12.17 18996
3337 학을 떼다, 염병, 지랄 바람의종 2010.02.09 18959
3336 빌려 오다, 빌려 주다, 꾸다, 뀌다 바람의종 2010.07.25 18894
3335 수입산? 외국산? 바람의종 2012.12.03 18802
3334 초생달 / 초승달, 으슥하다 / 이슥하다, 비로소 / 비로서 바람의종 2011.11.15 18701
3333 주접떨다, 주접든다 바람의종 2009.03.23 18675
3332 야단법석, 난리 법석, 요란 법석 바람의종 2012.06.11 18627
3331 차후, 추후 바람의종 2012.06.15 18478
3330 박물관은 살아있다 바람의종 2012.11.30 18389
3329 황제 바람의종 2012.11.02 18385
3328 "드리다"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01 18249
3327 환갑 바람의종 2007.10.06 18099
3326 하모, 갯장어, 꼼장어, 아나고, 붕장어 바람의종 2010.07.19 17990
3325 담배 한 까치, 한 개비, 한 개피 바람의종 2010.10.16 17986
3324 육시랄 놈 바람의종 2008.02.29 17954
3323 등용문 바람의종 2013.01.15 1794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