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15 06:24

후텁지근한

조회 수 15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후텁지근한

말복이 코앞이다. 올해 중복(7월 23일)에서 말복(8월 12일)까지의 간격은 20일로 예년에 비해 열흘 정도 늦게 말복이 오는 셈이다. 중복에서 말복이 달을 넘기는 월복(越伏) 때문인지 더위가 꺾일 줄을 모른다.

중동에서 온 사람에게 그렇게 더운 곳에서 어찌 사느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해서 오히려 한국의 끈끈한 여름 날씨가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이렇듯 온도와 습도가 함께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무더위’라고 한다. 무척 심한 더위가 무더위가 아니냐고 하는 사람을 보고 웃었던 적이 있다. 우스갯소리였지만 실제로 젊은 세대들은 그렇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무더위’의 ‘무’는 ‘물’에서 온 말이다.

요즘 같은 극심한 더위를 ‘불볕더위’라고 한다. ‘햇볕이 몹시 뜨겁게 내리쬘 때의 더위’를 말하는데 ‘불볕더위’라는 말 대신 요즘은 ‘폭염(暴炎)’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같은 뜻이라도 한자어를 쓰면 훨씬 센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폭염(暴炎), 폭서(暴暑), 혹서(酷暑)에 비하면 ‘불볕더위’는 정겹게 들린다. 말이 세져서 더위도 점점 사나워지는 건 아닐까?

더위와 관련해서 하나 더 보탠다. “‘후텁지근하다’가 맞아요? ‘후덥지근하다’가 맞아요?”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둘 다 맞다. 그런데 요즘의 날씨를 말하려 했다면 ‘후텁지근하다’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후텁지근하다’는 ‘불쾌할 정도로 끈끈하고 무더운 기운이 있다’는 뜻으로 온도와 습도가 높은 것을 모두 포함한다. 반면에 ‘후덥지근하다’는 ‘열기 때문에 답답할 정도로 더운 느낌이 있다’는 뜻으로 온도가 높은 경우에만 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86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40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371
3414 고령화와 언어 風文 2021.10.13 877
3413 선교와 압박 風文 2021.09.05 880
3412 언어 경찰 風文 2021.09.02 885
3411 재판받는 한글 風文 2021.10.14 920
3410 딱 그 한마디 風文 2021.09.06 932
3409 '미망인'이란 말 風文 2021.09.10 935
3408 치욕의 언어 風文 2021.09.06 984
3407 배뱅잇굿 風文 2020.05.01 994
3406 언어공동체, 피장파장 風文 2022.10.09 994
3405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風文 2022.09.10 1005
3404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風文 2022.09.17 1007
3403 편한 마음으로 風文 2021.09.07 1008
3402 대명사의 탈출 風文 2021.09.02 1025
3401 귀순과 의거 관리자 2022.05.20 1026
3400 막냇동생 風文 2023.04.20 1042
3399 거짓말, 말, 아닌 글자 風文 2022.09.19 1049
3398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風文 2022.10.06 1049
3397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1054
3396 외국어 선택하기 風文 2022.05.17 1058
3395 뒷담화 風文 2020.05.03 1065
3394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風文 2022.09.18 1073
3393 내색 風文 2023.11.24 107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