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14 01:38

본정통(本町通)

조회 수 15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본정통(本町通)

광복하고 70년이지만 일제의 잔재가 지명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방송 뉴스를 며칠 전 접했다. 서울의 현재 지명인 ‘낙원동’과 ‘계동’이 그것으로, 본래 ‘탑동’과 ‘계생동’으로 불리던 것이 일제에 의해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1980년대 중반 내가 3년간 살았던 청주의 ‘본정통’도 그런 지명 가운데 하나이다.

‘본정통(本町通ㆍ혼마치도리)’은 일본 사람들이 일반적인 도로 명칭으로 널리 쓰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본정(本町)’은 ‘한 도시의 중심이 되는 거리’를, ‘통(通)’은 ‘길’을 뜻한다. 즉 ‘본정통’은 ‘도시 중심가의 길’을 가리킨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도시 중심가의 길’을 가리켜 ‘본정통’이라 한다. 오사카, 교토 등의 도시에서 ‘본정통’이라는 지명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서울, 부산, 청주, 군산 등의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를 가리켜 ‘본정통’이라 했다. 청주의 ‘본정통’은 본래 ‘성안길’이었는데, 일제에 의해 ‘본정통’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지역 언론과 시민 단체의 노력으로 본래의 지명인 ‘성안길’로 복원되었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4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아직 ‘성안길’보다는 ‘본정통’이 더 자연스럽다. 어릴 적부터 줄곧 ‘본정통’으로 불러 왔고, 그곳에서 보낸 젊은 시절의 추억이 그 이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지명 하나 바꾸어 쓰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일제 잔재가 우리의 언어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광복절을 맞아 우리의 아픈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를, 그로 인해 우리의 언어생활이 또다시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 본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381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46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5095
3238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636
3237 고백하는 국가, 말하기의 순서 風文 2022.08.05 1473
3236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1395
3235 괄호, 소리 없는, 반격의 꿔바로우 風文 2022.08.03 1762
3234 비는 오는 게 맞나, 현타 風文 2022.08.02 1832
3233 적과의 동침, 어미 천국 風文 2022.07.31 1620
3232 노랗다와 달다, 없다 風文 2022.07.29 1798
3231 애정하다, 예쁜 말은 없다 風文 2022.07.28 1534
3230 공공언어의 주인, 언어학자는 빠져! 風文 2022.07.27 1528
3229 날아다니는 돼지, 한글날 몽상 風文 2022.07.26 1469
3228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499
3227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626
3226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風文 2022.07.22 1521
3225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風文 2022.07.21 1595
3224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1564
3223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560
3222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風文 2022.07.17 1774
3221 ‘짝퉁’ 시인 되기, ‘짝퉁’ 철학자 되기 風文 2022.07.16 1531
3220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風文 2022.07.14 1836
3219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風文 2022.07.13 1429
3218 노동과 근로, 유행어와 신조어 風文 2022.07.12 1427
3217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150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