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14 01:38

본정통(本町通)

조회 수 11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본정통(本町通)

광복하고 70년이지만 일제의 잔재가 지명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방송 뉴스를 며칠 전 접했다. 서울의 현재 지명인 ‘낙원동’과 ‘계동’이 그것으로, 본래 ‘탑동’과 ‘계생동’으로 불리던 것이 일제에 의해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1980년대 중반 내가 3년간 살았던 청주의 ‘본정통’도 그런 지명 가운데 하나이다.

‘본정통(本町通ㆍ혼마치도리)’은 일본 사람들이 일반적인 도로 명칭으로 널리 쓰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본정(本町)’은 ‘한 도시의 중심이 되는 거리’를, ‘통(通)’은 ‘길’을 뜻한다. 즉 ‘본정통’은 ‘도시 중심가의 길’을 가리킨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도시 중심가의 길’을 가리켜 ‘본정통’이라 한다. 오사카, 교토 등의 도시에서 ‘본정통’이라는 지명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서울, 부산, 청주, 군산 등의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를 가리켜 ‘본정통’이라 했다. 청주의 ‘본정통’은 본래 ‘성안길’이었는데, 일제에 의해 ‘본정통’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지역 언론과 시민 단체의 노력으로 본래의 지명인 ‘성안길’로 복원되었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4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아직 ‘성안길’보다는 ‘본정통’이 더 자연스럽다. 어릴 적부터 줄곧 ‘본정통’으로 불러 왔고, 그곳에서 보낸 젊은 시절의 추억이 그 이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지명 하나 바꾸어 쓰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일제 잔재가 우리의 언어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광복절을 맞아 우리의 아픈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를, 그로 인해 우리의 언어생활이 또다시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 본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323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976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4905
3234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1081
3233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風文 2022.07.17 1081
3232 외래어의 된소리 風文 2022.01.28 1083
3231 과잉 수정 風文 2022.05.23 1083
3230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1084
3229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1084
3228 김 여사 風文 2023.05.31 1087
3227 ‘시월’ ‘오뉴월’ 風文 2024.01.20 1089
3226 반동과 리액션 風文 2023.11.25 1091
3225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1092
3224 “영수증 받으실게요” 風文 2024.01.16 1092
3223 날씨와 인사 風文 2022.05.23 1094
3222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1096
3221 분단 중독증, 잡것의 가치 風文 2022.06.09 1096
3220 갑질 風文 2024.03.27 1101
3219 혼성어 風文 2022.05.18 1102
3218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102
3217 까치발 風文 2023.11.20 1102
3216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風文 2024.01.09 1104
3215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1107
3214 말의 미혹 風文 2021.10.30 1108
3213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110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