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11 19:25

귀 잡수시다?

조회 수 126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귀 잡수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릴 만큼 예절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태도가 언어에도 반영돼 우리말에는 높임법이 매우 발달해 있다. 문장의 주체를 높이기 위해 ‘시’를 넣어 말하거나, 말을 듣는 상대에 따라 ‘했니?’, ‘했습니까?’처럼 어미를 다르게 선택해서 말한다. ‘진지, 생신, 잡수시다, 주무시다’처럼 윗사람에게만 쓰는 높임 어휘가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런데 때로는 높임말을 잘못 사용해서 곤란을 겪기도 한다. 흔히 틀리는 게 ‘귀 잡수시다’인데, 이게 잘못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에도 “우리 할아버지는 귀가 잡수셔서 말을 잘 못 알아들으세요”라고 말하는 청년을 보았다. ‘귀가 먹으셨다’라고 해야 할 것을 어른에게 ‘먹었다’고 하기가 어려워서 ‘귀가 잡수셨다’고 한 것이다.

‘귀먹다’의 ‘먹다’는 ‘밥을 먹다’의 ‘먹다’와는 다른 말이다. 이때의 ‘먹다’는 ‘막히다’의 뜻을 지닌 옛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귀나 코가 막혀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다’는 뜻이다. 이 ‘먹다’는 코가 막힌 경우에도 쓸 수 있는데, 감기에 걸려 코맹맹이 소리를 낼 때 ‘코 먹은 소리’라고 하는 게 그런 예이다. 갑자기 귀가 막힌 것처럼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체한 것같이 가슴이 답답할 때 쓰는 ‘먹먹하다’나, 앞뒤가 꽉 막혀 답답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먹통’ 이 모두 이 ‘먹다’와 관련이 있는 말이다.

‘귀 잡수셨다’는 말은 동물의 귀를 음식으로 섭취했다는 뜻이 되므로 ‘귀먹다’의 높임말이 될 수 없다. 어른에 대해서 쓸 때에는 ‘귀가 먹으셨다’고 하면 된다. 그래도 어른께 ‘먹으셨다’고 말하기가 영 찜찜하다면 ‘귀가 어두우시다’나 ‘귀가 잘 안 들리신다’로 표현하면 될 것이다.

-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9103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5624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0551
    read more
  4. 도긴개긴

    Date2023.05.27 By風文 Views1313
    Read More
  5. 배레나룻

    Date2024.02.18 By風文 Views1313
    Read More
  6.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Date2020.05.26 By風文 Views1314
    Read More
  7. 혼성어

    Date2022.05.18 By風文 Views1314
    Read More
  8.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Date2022.12.06 By風文 Views1317
    Read More
  9. ‘부끄부끄’ ‘쓰담쓰담’

    Date2023.06.02 By風文 Views1317
    Read More
  10. 드라이브 스루

    Date2023.12.05 By風文 Views1317
    Read More
  11. 정치인의 애칭

    Date2022.02.08 By風文 Views1319
    Read More
  12. 후텁지근한

    Date2023.11.15 By風文 Views1319
    Read More
  13.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Date2024.02.17 By風文 Views1323
    Read More
  14.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Date2022.08.12 By風文 Views1327
    Read More
  15. 되묻기도 답변?

    Date2022.02.11 By風文 Views1329
    Read More
  16.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Date2022.05.26 By風文 Views1333
    Read More
  17.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Date2022.11.18 By風文 Views1335
    Read More
  1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IMF, 막고 품어라, 내 인감 좀 빌려주게

    Date2022.02.01 By風文 Views1336
    Read More
  19. 지긋이/지그시

    Date2023.09.02 By風文 Views1336
    Read More
  20. '넓다'와 '밟다'

    Date2023.12.06 By風文 Views1337
    Read More
  21.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중소기업 콤플렉스

    Date2022.01.13 By風文 Views1338
    Read More
  22.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Date2023.06.27 By風文 Views1344
    Read More
  23. 노랗다와 달다, 없다

    Date2022.07.29 By風文 Views1345
    Read More
  24. 웃어른/ 윗집/ 위층

    Date2024.03.26 By風文 Views1346
    Read More
  25. 오염된 소통

    Date2022.01.12 By風文 Views1348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