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11.11 19:25

귀 잡수시다?

조회 수 14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귀 잡수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릴 만큼 예절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태도가 언어에도 반영돼 우리말에는 높임법이 매우 발달해 있다. 문장의 주체를 높이기 위해 ‘시’를 넣어 말하거나, 말을 듣는 상대에 따라 ‘했니?’, ‘했습니까?’처럼 어미를 다르게 선택해서 말한다. ‘진지, 생신, 잡수시다, 주무시다’처럼 윗사람에게만 쓰는 높임 어휘가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런데 때로는 높임말을 잘못 사용해서 곤란을 겪기도 한다. 흔히 틀리는 게 ‘귀 잡수시다’인데, 이게 잘못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에도 “우리 할아버지는 귀가 잡수셔서 말을 잘 못 알아들으세요”라고 말하는 청년을 보았다. ‘귀가 먹으셨다’라고 해야 할 것을 어른에게 ‘먹었다’고 하기가 어려워서 ‘귀가 잡수셨다’고 한 것이다.

‘귀먹다’의 ‘먹다’는 ‘밥을 먹다’의 ‘먹다’와는 다른 말이다. 이때의 ‘먹다’는 ‘막히다’의 뜻을 지닌 옛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귀나 코가 막혀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다’는 뜻이다. 이 ‘먹다’는 코가 막힌 경우에도 쓸 수 있는데, 감기에 걸려 코맹맹이 소리를 낼 때 ‘코 먹은 소리’라고 하는 게 그런 예이다. 갑자기 귀가 막힌 것처럼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체한 것같이 가슴이 답답할 때 쓰는 ‘먹먹하다’나, 앞뒤가 꽉 막혀 답답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먹통’ 이 모두 이 ‘먹다’와 관련이 있는 말이다.

‘귀 잡수셨다’는 말은 동물의 귀를 음식으로 섭취했다는 뜻이 되므로 ‘귀먹다’의 높임말이 될 수 없다. 어른에 대해서 쓸 때에는 ‘귀가 먹으셨다’고 하면 된다. 그래도 어른께 ‘먹으셨다’고 말하기가 영 찜찜하다면 ‘귀가 어두우시다’나 ‘귀가 잘 안 들리신다’로 표현하면 될 것이다.

-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849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20065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7Feb
    by 바람의종
    2008/02/17 by 바람의종
    Views 8115 

    굿

  5. No Image 28May
    by 바람의종
    2010/05/28 by 바람의종
    Views 9149 

    궁거운 생각!

  6. No Image 17Dec
    by 바람의종
    2007/12/17 by 바람의종
    Views 7126 

    궁시렁궁시렁

  7.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09/05/30 by 바람의종
    Views 6260 

    궁작이

  8. No Image 16Mar
    by 바람의종
    2010/03/16 by 바람의종
    Views 12215 

    궂기다

  9. No Image 30Apr
    by 바람의종
    2008/04/30 by 바람의종
    Views 8880 

    궂긴소식

  10. No Image 19Jul
    by 바람의종
    2008/07/19 by 바람의종
    Views 7451 

    궂긴인사

  11. No Image 28May
    by 바람의종
    2010/05/28 by 바람의종
    Views 11380 

    궂은날, 궂은 날

  12. No Image 10Feb
    by 風文
    2022/02/10 by 風文
    Views 1309 

    권력의 용어

  13. No Image 11Nov
    by 風文
    2023/11/11 by 風文
    Views 1479 

    귀 잡수시다?

  14. No Image 06Jun
    by 바람의종
    2007/06/06 by 바람의종
    Views 8667 

    귀감

  15. No Image 14Aug
    by 바람의종
    2012/08/14 by 바람의종
    Views 33028 

    귀를 기울이다 / 술잔을 기우리다

  16. No Image 11Jun
    by 바람의종
    2009/06/11 by 바람의종
    Views 10619 

    귀성

  17. No Image 20May
    by 관리자
    2022/05/20 by 관리자
    Views 1144 

    귀순과 의거

  18. No Image 17Feb
    by 바람의종
    2009/02/17 by 바람의종
    Views 11014 

    귀절 / 구절

  19. No Image 15Feb
    by 바람의종
    2008/02/15 by 바람의종
    Views 9964 

    귀지하다

  20. No Image 28Dec
    by 바람의종
    2007/12/28 by 바람의종
    Views 18051 

    귀추가 주목된다

  21. No Image 26Sep
    by 바람의종
    2012/09/26 by 바람의종
    Views 8638 

    귀향객, 귀성객

  22. No Image 03Apr
    by 바람의종
    2009/04/03 by 바람의종
    Views 10734 

    귓밥을 귀후비개로 파다

  23. No Image 18Mar
    by 바람의종
    2010/03/18 by 바람의종
    Views 9206 

    그것을 아시요?

  24. No Image 27Aug
    by 바람의종
    2010/08/27 by 바람의종
    Views 8996 

    그것참

  25. No Image 10Jul
    by 바람의종
    2009/07/10 by 바람의종
    Views 7370 

    그녀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