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6.28 14:06

존맛

조회 수 14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존맛

얼마 전 내가 가르치는 한 학생의 문자 메시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존맛’이란 말을 접하고 당혹스러웠다. 요즘 학생들이 욕설이나 비속어를 마구 쓴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평소 순하디 순한 줄로만 알았던 그 학생이 ‘존맛’이란 비속어를 스스럼없이 쓰고 있는 것에 크게 놀란 것이다. 학생들 가운데 몇몇은 선생인 내가 옆이나 앞에 있는데도 자기들끼리 거리낌 없이 욕설과 비속어를 주고받는다. 얼굴 화끈거리는 경험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2000년을 전후로 학생들 사이에서 ‘아주’ 또는 ‘매우’라는 뜻으로 ‘존나’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존나’는 ‘좆이 나게’를 줄여 쓴 말인데, 요즘 학생들 대부분은 어원에 대한 고려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 ‘존나’는 ‘졸라’로 바뀌어 쓰이기도 한다.

이것이 ‘멘탈 붕괴’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등을 각각 ‘멘붕’ ‘금사빠’ 등의 줄인 말로 즐겨 쓰는 학생들의 언어 습관과 맞물려 ‘존못’ ‘존예’ ‘졸귀’ ‘졸잼’ 등의 줄인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들은 각각 ‘존나 못생기다’ ‘존나 예쁘다’ ‘졸라 귀엽다’ ‘졸라 재미있다’를 줄인 말이다. ‘존맛’도 이의 연장선 상에서 ‘존나 맛있다’를 줄인 말이다.

말뜻은 변한다. 따라서 ‘존나’ ‘존맛’도 어원과 상관없이 그 저속한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실제로 학생들 대부분은 이 말이 품위 없는 비속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여전히 이 말에 낯을 붉힌다. ‘좆’은 금기어로, ‘존나’ ‘존맛’ 등은 비속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48447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4871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09822
    read more
  4. 가던 길 그냥 가든가

    Date2024.02.21 By風文 Views1430
    Read More
  5.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Date2022.08.21 By風文 Views1431
    Read More
  6. ‘도와센터’ ‘몰던카’

    Date2024.01.16 By風文 Views1434
    Read More
  7. 독불장군, 만인의 ‘씨’

    Date2022.11.10 By風文 Views1435
    Read More
  8. ‘시월’ ‘오뉴월’

    Date2024.01.20 By風文 Views1436
    Read More
  9. 열쇳말, 다섯 살까지

    Date2022.11.22 By風文 Views1438
    Read More
  10. 국가의 목소리

    Date2023.02.06 By風文 Views1439
    Read More
  11. 마라톤 / 자막교정기

    Date2020.05.28 By風文 Views1444
    Read More
  12. 언어적 자해

    Date2022.02.06 By風文 Views1446
    Read More
  13. 아이 위시 아파트

    Date2023.05.28 By風文 Views1447
    Read More
  14. 지명의 의의

    Date2021.11.15 By風文 Views1448
    Read More
  15. 말다듬기 위원회 / 불통

    Date2020.05.22 By風文 Views1454
    Read More
  16. 공화 정신

    Date2022.01.11 By風文 Views1454
    Read More
  17. 환멸은 나의 힘 / 영어는 멋있다?

    Date2022.10.28 By風文 Views1455
    Read More
  18. 방방곡곡 / 명량

    Date2020.06.04 By風文 Views1457
    Read More
  19. 이 자리를 빌려

    Date2023.06.06 By風文 Views1460
    Read More
  20. 김치 담그셨어요?

    Date2024.02.08 By風文 Views1460
    Read More
  21.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Date2023.10.13 By風文 Views1461
    Read More
  22. 맞춤법을 없애자, 맞춤법을 없애자 2

    Date2022.09.09 By風文 Views1466
    Read More
  23.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Date2022.12.01 By風文 Views1468
    Read More
  24.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Date2024.01.09 By風文 Views1470
    Read More
  25. 납작하다, 국가 사전을 다시?

    Date2022.10.20 By주인장 Views1471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