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5.30 09:42

프로듀사

조회 수 19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프로듀사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는 것은 주말 저녁의 큰 기쁨이었다. 김수현의 매력에도 푹 빠졌지만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 생활의 일부가 드라마로 나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익숙한 장소,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극중 배역, 아찔했던 방송 현장의 사고들. 그런데 왜 ‘프로듀서’가 아니고 ‘프로듀사’였을까?

방송의 연출, 제작을 책임지는 사람을 ‘프로듀서’라고 한다. ‘생산하다’는 뜻을 가진 동사 ‘produ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그런데 ‘-er’대신에 직업을 나타내는 우리말 접미사 ‘-사(士)’를 붙여 ‘프로듀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제목을 살짝 비튼 데에는 프로듀서의 깊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흔히 끝에 ‘선비 사(士)’가 붙으면 직업을 나타내는 말이 된다. 변호사(辯護士), 건축사(建築士), 세무사(稅務士)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판사(判事), 검사(檢事)의 ‘사’는 ‘일 사(事)’이다. 교사(敎師), 의사(醫師)는 ‘스승 사(師)’를 쓴다. 명확하게 어떤 기준인지는 밝히기가 어렵다.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나오는 전문적인 직업에는 ‘-사(士)’가 붙는 경향이 있다. ‘변호’라는 말 뒤에 접미사 ‘사(士)’가 붙어 ‘변호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판사’ ‘검사’도 전문직임에 틀림없으나 변호사와 같은 파생어가 아니라 ‘판사’ ‘검사’가 원어로 하여 쓰여 온 말이다. ‘의사’ ‘교사’ 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아나운서들은 예전부터 스스로를 ‘언어운사(言語運士)’라 칭하며 말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 왔다. ‘프로듀사’ 후속작 ‘아나운사’를 기대해 보며….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61614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208186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23064
    read more
  4. 하룻강아지 / 밥약

    Date2020.05.29 By風文 Views1757
    Read More
  5. 혼성어

    Date2022.05.18 By風文 Views1761
    Read More
  6. 열쇳말, 다섯 살까지

    Date2022.11.22 By風文 Views1761
    Read More
  7. 좋음과 나쁨, 제2외국어 교육

    Date2022.07.08 By風文 Views1763
    Read More
  8. 美國 - 米國 / 3M

    Date2020.06.08 By風文 Views1765
    Read More
  9. 참고와 참조

    Date2023.07.09 By風文 Views1771
    Read More
  10. 전통과 우리말 / 영애와 각하

    Date2020.06.17 By風文 Views1780
    Read More
  11. 독불장군, 만인의 ‘씨’

    Date2022.11.10 By風文 Views1785
    Read More
  12. 우리나라

    Date2023.06.21 By風文 Views1786
    Read More
  13. 할 말과 못할 말

    Date2022.01.07 By風文 Views1790
    Read More
  14.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Date2023.01.09 By風文 Views1790
    Read More
  15. 존맛

    Date2023.06.28 By風文 Views1805
    Read More
  16. 공화 정신

    Date2022.01.11 By風文 Views1808
    Read More
  17.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Date2023.10.13 By風文 Views1808
    Read More
  18. 후텁지근한

    Date2023.11.15 By風文 Views1808
    Read More
  19. 청마 / 고명딸

    Date2020.05.23 By風文 Views1810
    Read More
  20.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Date2022.11.28 By風文 Views1823
    Read More
  21. 한글박물관 / 월식

    Date2020.06.09 By風文 Views1832
    Read More
  22. 웨하스 / 염장

    Date2020.06.10 By風文 Views1833
    Read More
  23. 헤로인 / 슈퍼세이브

    Date2020.06.03 By風文 Views1836
    Read More
  24.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Date2022.06.30 By風文 Views1839
    Read More
  25. 한자를 몰라도

    Date2022.01.09 By風文 Views1841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