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5.30 09:42

프로듀사

조회 수 17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프로듀사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는 것은 주말 저녁의 큰 기쁨이었다. 김수현의 매력에도 푹 빠졌지만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 생활의 일부가 드라마로 나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익숙한 장소,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극중 배역, 아찔했던 방송 현장의 사고들. 그런데 왜 ‘프로듀서’가 아니고 ‘프로듀사’였을까?

방송의 연출, 제작을 책임지는 사람을 ‘프로듀서’라고 한다. ‘생산하다’는 뜻을 가진 동사 ‘produ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그런데 ‘-er’대신에 직업을 나타내는 우리말 접미사 ‘-사(士)’를 붙여 ‘프로듀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제목을 살짝 비튼 데에는 프로듀서의 깊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흔히 끝에 ‘선비 사(士)’가 붙으면 직업을 나타내는 말이 된다. 변호사(辯護士), 건축사(建築士), 세무사(稅務士)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판사(判事), 검사(檢事)의 ‘사’는 ‘일 사(事)’이다. 교사(敎師), 의사(醫師)는 ‘스승 사(師)’를 쓴다. 명확하게 어떤 기준인지는 밝히기가 어렵다.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나오는 전문적인 직업에는 ‘-사(士)’가 붙는 경향이 있다. ‘변호’라는 말 뒤에 접미사 ‘사(士)’가 붙어 ‘변호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판사’ ‘검사’도 전문직임에 틀림없으나 변호사와 같은 파생어가 아니라 ‘판사’ ‘검사’가 원어로 하여 쓰여 온 말이다. ‘의사’ ‘교사’ 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아나운서들은 예전부터 스스로를 ‘언어운사(言語運士)’라 칭하며 말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 왔다. ‘프로듀사’ 후속작 ‘아나운사’를 기대해 보며….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38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889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3872
3348 헬스 다이어트 바람의종 2009.04.14 8002
3347 헤어진 옷 바람의종 2012.05.16 11109
3346 헤로인 / 슈퍼세이브 風文 2020.06.03 1721
3345 헤라시보리 바람의종 2012.09.21 17572
3344 헛이름 바람의종 2008.01.08 10776
3343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516
3342 험담 바람의종 2009.04.30 6742
3341 허풍선이 바람의종 2007.04.25 7946
3340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바람의종 2008.09.20 9285
3339 허버지게 바람의종 2009.08.03 8591
3338 허발 바람의종 2010.04.25 11104
3337 허망헙디다 바람의종 2009.03.14 6696
3336 허리를 곧게 피다 바람의종 2012.05.03 11724
3335 허롱이 바람의종 2009.05.09 9324
3334 행여 바람의종 2008.03.28 7070
3333 행랑, 행낭 바람의종 2010.05.06 17567
3332 행길 바람의종 2007.04.25 11353
3331 행각 바람의종 2007.09.21 8253
3330 햇쌀, 햅쌀, 해쌀 바람의종 2009.02.19 14232
3329 햇빛은 눈부시고,햇볕은 뜨겁다 바람의종 2010.03.10 10333
3328 햇빛, 햇볕 바람의종 2008.07.24 8570
3327 햇볕, 햇빛, 햇살, 햇발 바람의종 2009.07.18 963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