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5.28 13:36

아이 위시 아파트

조회 수 15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이 위시 아파트

이런저런 일로 누군가 내 주소를 물어볼 때는 곤혹스럽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이 ‘아이 위시(I-Wish)’인데,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열에 여덟 아홉은 그 이름을 되물어 보기 때문이다. 자주 겪는 일이라서 내 영어 발음이 시원찮아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대개의 예상과 달리 아파트 이름에 영어 단어도 아닌, 영어 문장이 들어가 있어서다.

오래 전부터 아파트 건설사들은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 이름을 영어식으로 지어 왔다. 우리말보다 영어 및 외국어가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의 언어 의식을 반영하여 그런 것이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는 편의시설 대부분도 영어로 안내하고 있다. 주차장은 ‘파킹(Parking)’으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방향을 각각 ‘인(in)’과 ‘아웃(out)’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급하게 휘어진 통로에는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의 안전을 위해 ‘슬로(slow)’로 서행 안내를 하고 있다. 비상구 표시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엑시트(Exit)’이다. 게다가 이 모든 영어는 알파벳만 적혀 있다.

우리 아파트는 외국인 전용 아파트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아파트 이름뿐만 아니라 아파트 내 편의 시설 표시가 영어로 적혀 있다. 대외적 성격을 갖는 아파트 이름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아파트 내 편의 시설은 거주자의 편익을 우선으로 안내해야 하지 않을까?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영어에 친숙한 건 아니다. 우리의 영어 사랑은 도를 넘었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2346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198852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3825
    read more
  4. 비는 오는 게 맞나, 현타

    Date2022.08.02 By風文 Views1498
    Read More
  5. 말다듬기 위원회 / 불통

    Date2020.05.22 By風文 Views1499
    Read More
  6. ‘시끄러워!’, 직연

    Date2022.10.25 By風文 Views1501
    Read More
  7. 할 말과 못할 말

    Date2022.01.07 By風文 Views1502
    Read More
  8.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Date2022.06.30 By風文 Views1502
    Read More
  9. '넓다'와 '밟다'

    Date2023.12.06 By風文 Views1502
    Read More
  10. 한국어의 위상

    Date2022.05.11 By風文 Views1504
    Read More
  11. 너무

    Date2023.04.24 By風文 Views1504
    Read More
  12. 지명의 의의

    Date2021.11.15 By風文 Views1505
    Read More
  13. 정치의 유목화

    Date2022.01.29 By風文 Views1505
    Read More
  14.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Date2022.09.23 By風文 Views1506
    Read More
  15. 단골

    Date2023.05.22 By風文 Views1508
    Read More
  16. ‘~면서’, 정치와 은유(1): 전쟁

    Date2022.10.12 By風文 Views1509
    Read More
  17. 언어적 자해

    Date2022.02.06 By風文 Views1511
    Read More
  18. 한자를 몰라도

    Date2022.01.09 By風文 Views1516
    Read More
  19.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Date2023.01.09 By風文 Views1516
    Read More
  20. 아이 위시 아파트

    Date2023.05.28 By風文 Views1516
    Read More
  21. 인기척, 허하다

    Date2022.08.17 By風文 Views1517
    Read More
  22. ‘개덥다’고?

    Date2023.11.24 By風文 Views1519
    Read More
  23. 웃어른/ 윗집/ 위층

    Date2024.03.26 By風文 Views1519
    Read More
  24. 국가의 목소리

    Date2023.02.06 By風文 Views1524
    Read More
  25. 기림비 2 / 오른쪽

    Date2020.06.02 By風文 Views152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