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5.12 06:29

대통령과 책방

조회 수 16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대통령과 책방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뭐라도 해야지, 싶었던 걸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을 열었다. 대통령의 책방! 각운도 맞고 그림도 좋다. 소소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던 그의 꿈은 책방지기로 실현되려나 보다. 책은 말글살이의 핵심이니, 일단 축하!

한편으론 궁금하다. 폐허가 된 나라를 새로 만들겠다는 ‘재조산하’(再造山河)의 외침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는 언제 찾으려는가. 사람들은 약육강식의 자본 논리가 아닌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랐었었었다’. 책방 문제만 볼까? 책방이 지역문화의 거점이 되기를 바랐다면, 재임 시절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똑같았다. 온라인서점에 ‘10% 할인 + 5% 포인트 적립 + 무료 배송’ 허용. 이것도 할인폭을 더 늘리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개악 시도를 막아선 책활동가들의 싸움 덕분에 겨우 사수되었다. 동네책방은 대형서점에 비해 도서 매입률(공급단가)도 더 높다. 이러니 동네책방은 버티고 버티다 빚에 눌려 문을 닫는다. 평생 책방지기였던 은종복씨가 ‘풀무질’을 넘기고 제주로 떠난 것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를 이끌며 ‘책방이음’을 사람들의 아지트로 만들던 조진석씨가 폐업을 하게 된 것도, 자본 편만 드는 제도 때문이었다. 그때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프랑스는 한국과 정반대다. 온라인서점의 할인 판매와 무료 배송을 금지하는 ‘반아마존법’을 시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에만 5% 할인과 무료 배송을 허용한다. 이래야 거대자본의 독식을 막고 출판문화계의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다.

지금은 행동할 때가 아니라, 생각할 때다. 통렬한 반성 한 권을 권한다.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65149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26424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8Jan
    by 風文
    2022/01/28 by 風文
    Views 1754 

    통속어 활용법

  5. No Image 10Jul
    by 風文
    2022/07/10 by 風文
    Views 1754 

    지식생산, 동의함

  6. No Image 16Jun
    by 風文
    2020/06/16 by 風文
    Views 1755 

    전설의 마녀, 찌라시 / 지라시

  7. No Image 26Jun
    by 風文
    2022/06/26 by 風文
    Views 1755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8. No Image 09Sep
    by 風文
    2022/09/09 by 風文
    Views 1755 

    맞춤법을 없애자, 맞춤법을 없애자 2

  9. No Image 06Jan
    by 風文
    2024/01/06 by 風文
    Views 1757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10. No Image 05Dec
    by 風文
    2023/12/05 by 風文
    Views 1758 

    드라이브 스루

  11.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12. No Image 03Sep
    by 風文
    2022/09/03 by 風文
    Views 1763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13. No Image 26May
    by 風文
    2022/05/26 by 風文
    Views 1764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14. No Image 27Jun
    by 風文
    2023/06/27 by 風文
    Views 1765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15. No Image 02Jan
    by 風文
    2024/01/02 by 風文
    Views 1765 

    한 두름, 한 손

  16. No Image 06Jun
    by 風文
    2020/06/06 by 風文
    Views 1766 

    8월의 크리스마스 / 땅꺼짐

  17. No Image 06Feb
    by 風文
    2023/02/06 by 風文
    Views 1772 

    국가의 목소리

  18. No Image 26May
    by 風文
    2023/05/26 by 風文
    Views 1772 

    ‘이’와 ‘히’

  19. No Image 09May
    by 風文
    2020/05/09 by 風文
    Views 1774 

    백열 / 풋닭곰

  20. No Image 18Oct
    by 風文
    2023/10/18 by 風文
    Views 1776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21. No Image 28May
    by 風文
    2023/05/28 by 風文
    Views 1785 

    아이 위시 아파트

  22. No Image 29Jan
    by 風文
    2022/01/29 by 風文
    Views 1787 

    정치의 유목화

  23. No Image 11Sep
    by 風文
    2022/09/11 by 風文
    Views 1789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24. No Image 20Jun
    by 風文
    2022/06/20 by 風文
    Views 1790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25. No Image 12Jan
    by 風文
    2022/01/12 by 風文
    Views 1791 

    오염된 소통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