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3.04.26 10:49

용찬 샘, 용찬 씨

조회 수 13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용찬 샘, 용찬 씨

우리 과 학생들 가운데 몇몇은 나를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 ‘용찬 샘’이라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아무리 봐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용찬 샘’을 ‘용찬 선생님’으로 고쳐 부르거나 가리켜 이른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아랫사람인 학생이 윗사람인 나를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에는 그냥 ‘선생님’이라 하거나, 성명 뒤에 ‘선생님’을 붙여 ‘박용찬 선생님’이라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예의에 맞는다. 간혹 이름을 뺀 성 뒤에 ‘선생님’을 붙여 ‘박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박용찬 선생님’이라 하는 것이 더 예의에 맞는다. 이는 외국 사람을 부르거나 가리켜 이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또는 ‘오마바 대통령’이라 하지 ‘버락 대통령’이라 하지 않는다.

한편 우리말에는 그 사람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쓰이는 ‘씨’가 있다. 그런데 ‘씨’는 더 이상 ‘높임’의 의미를 갖는 말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윗사람이 아닌,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박용찬 씨’ ‘용찬 씨’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데서 얼마간 알 수 있다. ‘씨’가 ‘높임’의 의미를 잃게 됨에 따라 20세기 중반부터 그 사람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씨’대신 ‘님’이 쓰여 왔다. 비격식적인 자리에서는 친근함을 드러내기 위해 ‘용찬 님’을 쓰기도 한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예의에 맞는 부름말과 가리킴말을 골라 써야 한다. 비격식적인 자리에서는 친근함을 드러내기 위해, 덜 예의를 차린 부름말과 가리킴말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친근함을 넘어서서 결례가 되는 말이라면 그 사용을 삼가야 한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587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244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7342
3238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1407
3237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408
3236 '-시키다’ 風文 2023.12.22 1410
3235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風文 2022.06.17 1416
3234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416
3233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417
3232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1417
3231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1419
3230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1419
3229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420
3228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1420
3227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1421
3226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421
3225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423
3224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424
3223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425
3222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426
3221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429
3220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430
3219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431
3218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1432
3217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4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