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1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파이팅, 박연진. 브라보. 멋지다, 연진아.”

끔찍한 학교폭력의 피해자 동은(송혜교)은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받는 가해자에게 손뼉 치며 찬사를 보낸다. 그게 칭찬일 리 없지. 복수를 알리는 선언이다. 말을 포함해 모든 기호는 그 자체로는 아무 뜻도 갖지 못한다. 그걸 보고 듣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뭔가가 격발될 때 비로소 기호로서 의미를 갖는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열광과 환호,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도 조롱과 비꼼으로 읽힌다.

러시아 옆에 벨라루스라는 나라가 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대통령 루카셴코는 소련 해체 뒤 1994년부터 집권해 지금까지 무려 30년을 철권통치 중이다. 2011년에도 당국의 삼엄한 감시 때문에 반정부 구호를 외칠 수도, 시위대를 조직할 수도 없었다. 그때 누군가 기발한 생각을 한다. ‘박수치기’. 시민들은 광장을 서성거리다가 순식간에 모여 박수를 쳤다. ‘멋지다, 루카셴코!’ 그러곤 다시 침묵. 당국은 박수치는 걸 전면 금지했다. 사복경찰은 박수치는 사람이면 누구든 체포했다. 그중엔 팔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도 있었다. 독재자 루카셴코의 지지자들조차 그를 성원하기 위해 박수를 치려다가 움찔하며 못 치게 됐다는 소문도 들렸다.

모스크바 크렘린궁 부근에서 한 남성이 행인들에게 전단을 나눠줬다. 경찰이 그를 체포한 뒤 압수한 전단을 보니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였다. 뭐가 잘못됐는지 다 아는데 굳이 따로 뭘 적을 필요가 있겠냐는 거였다.

종잡을 수 없이 돋아나는 부지깽이를 봐서 그런지 저런 얘기들이 자꾸 떠오른다. 조롱하는 기호.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188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830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3484
1320 쓰겁다 바람의종 2008.02.20 10975
1319 쓰레기 분리 수거 바람의종 2008.09.02 7778
1318 쓰봉 風文 2023.11.16 934
1317 쓰이다, 쓰여, 씐 바람의종 2010.02.06 8241
1316 쓸개 빠진 놈 바람의종 2008.02.25 11718
1315 쓸어올리다 바람의종 2008.01.15 8627
1314 씀바귀 바람의종 2008.02.15 7692
1313 씁쓰레하다, 씁쓸해하다 바람의종 2012.11.02 8804
1312 씨가 먹히다 바람의종 2008.01.20 8488
1311 씨알머리가 없다 바람의종 2008.01.20 7980
1310 아구, 쭈꾸미 바람의종 2011.11.13 9926
1309 아귀다툼 바람의종 2007.05.16 12508
1308 아나고 바람의종 2008.02.16 7720
1307 아나운서 바람의종 2009.05.30 6303
1306 아내와 부인 바람의종 2010.03.19 10577
1305 아녀자 바람의종 2007.07.29 9647
1304 아니꼽다 風磬 2007.01.19 14815
1303 아니다라는 바람의종 2008.10.27 4859
1302 아니어라우! 바람의종 2008.08.04 6633
1301 아니예요 바람의종 2009.03.18 6734
1300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1058
1299 아니오, 아니요 바람의종 2008.11.27 619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