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0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파이팅, 박연진. 브라보. 멋지다, 연진아.”

끔찍한 학교폭력의 피해자 동은(송혜교)은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받는 가해자에게 손뼉 치며 찬사를 보낸다. 그게 칭찬일 리 없지. 복수를 알리는 선언이다. 말을 포함해 모든 기호는 그 자체로는 아무 뜻도 갖지 못한다. 그걸 보고 듣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뭔가가 격발될 때 비로소 기호로서 의미를 갖는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열광과 환호,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도 조롱과 비꼼으로 읽힌다.

러시아 옆에 벨라루스라는 나라가 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대통령 루카셴코는 소련 해체 뒤 1994년부터 집권해 지금까지 무려 30년을 철권통치 중이다. 2011년에도 당국의 삼엄한 감시 때문에 반정부 구호를 외칠 수도, 시위대를 조직할 수도 없었다. 그때 누군가 기발한 생각을 한다. ‘박수치기’. 시민들은 광장을 서성거리다가 순식간에 모여 박수를 쳤다. ‘멋지다, 루카셴코!’ 그러곤 다시 침묵. 당국은 박수치는 걸 전면 금지했다. 사복경찰은 박수치는 사람이면 누구든 체포했다. 그중엔 팔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도 있었다. 독재자 루카셴코의 지지자들조차 그를 성원하기 위해 박수를 치려다가 움찔하며 못 치게 됐다는 소문도 들렸다.

모스크바 크렘린궁 부근에서 한 남성이 행인들에게 전단을 나눠줬다. 경찰이 그를 체포한 뒤 압수한 전단을 보니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였다. 뭐가 잘못됐는지 다 아는데 굳이 따로 뭘 적을 필요가 있겠냐는 거였다.

종잡을 수 없이 돋아나는 부지깽이를 봐서 그런지 저런 얘기들이 자꾸 떠오른다. 조롱하는 기호.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38664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0106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06Mar
    by 바람의종
    2008/03/06 by 바람의종
    Views 7111 

    메다와 지다

  5. No Image 14Oct
    by 바람의종
    2008/10/14 by 바람의종
    Views 7447 

    메다, 매다

  6. No Image 10Jan
    by 바람의종
    2010/01/10 by 바람의종
    Views 7881 

    메가폰과 마이크

  7. No Image 26Nov
    by 風磬
    2006/11/26 by 風磬
    Views 7049 

    멍텅구리

  8. 멍귀·귿환·머흘쇠

  9. No Image 17Apr
    by 風文
    2023/04/17 by 風文
    Views 1039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10. No Image 18Jul
    by 바람의종
    2010/07/18 by 바람의종
    Views 9582 

    멋, 맵시

  11. No Image 18Jun
    by 風文
    2020/06/18 by 風文
    Views 1774 

    멀쩡하다 / 내외빈

  12. No Image 13Mar
    by 바람의종
    2010/03/13 by 바람의종
    Views 9685 

    먼지털이, 재털이

  13. No Image 07Jan
    by 바람의종
    2008/01/07 by 바람의종
    Views 9684 

    먹통 같다

  14. No Image 09May
    by 바람의종
    2009/05/09 by 바람의종
    Views 6839 

    먹지 말앙

  15. No Image 17Jun
    by 바람의종
    2009/06/17 by 바람의종
    Views 5868 

    먹어시냐

  16. No Image 20May
    by 바람의종
    2009/05/20 by 바람의종
    Views 7750 

    먹어 보난

  17. No Image 10Jul
    by 바람의종
    2009/07/10 by 바람의종
    Views 6591 

    먹고 잪다

  18. No Image 08Jan
    by 바람의종
    2008/01/08 by 바람의종
    Views 8234 

    먹거리와 먹을거리

  19. No Image 16Nov
    by 바람의종
    2008/11/16 by 바람의종
    Views 6024 

    먹거리, 먹을거리

  20. No Image 03Nov
    by 바람의종
    2010/11/03 by 바람의종
    Views 10018 

    먹거리

  21. No Image 06May
    by 바람의종
    2009/05/06 by 바람의종
    Views 7802 

  22. No Image 04Feb
    by 바람의종
    2009/02/04 by 바람의종
    Views 10214 

    머지않아/멀지않아

  23. No Image 22Mar
    by 바람의종
    2010/03/22 by 바람의종
    Views 11231 

    머지않아

  24. No Image 02Aug
    by 바람의종
    2009/08/02 by 바람의종
    Views 7198 

    머슴날

  25. No Image 01Nov
    by 바람의종
    2010/11/01 by 바람의종
    Views 12762 

    맹숭맹숭, 맨송맨송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 156 Next
/ 156